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유가 공급 부족이 고착화하고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유가 시대 이익을 거두는 대표적인 업종인 정유 업계마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3.41달러로 장 마감 기준 100달러를 넘어섰다. 2014년 7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 4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107.57달러까지 올랐다가 104.97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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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1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06.93달러로 전월 동기 대비 11.45%, 전년동기대비 42.14%가 올랐다.
항공사와 해운사들도 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커 유가가 상승할수록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사의 경유 원가의 20~30%가 유류비이며 해운업종은 운항원가의 10~25%를 원료비가 차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원·달러 환율을 1199.5원 적용할 때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3000만 달러(약 3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타이어 업계도 산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인 카본블랙과 합성고무 등을 석유를 통해 얻기 때문에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외 대부분 기업도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매출의 53%가 재료비로 구성되며 주요 서비스 업종의 재료비 비중 또한 30% 전후로 적지 않아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재고 관련 이익을 내는 정유업계마저도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법에 따라 모두 4개월분 이상의 원유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판매 시점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고와 관련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재고 이익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클 수 있다. 원유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석유 제품 수요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정유사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에 따른 손해를 감내하겠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이를 판가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타이어 업계는 이달 중 상품과 규격에 따라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유가 상황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1일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제재까지 더할 경우 원유 공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권·금융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25~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축유 방출이 유가 상승 폭을 단기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지만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변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설지 여부이며,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나 추가 증산 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