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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이 시작한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출이 신용점수에 기반한 보수적인 금융시장의 풍토를 바꾸고 있다. 실제 3월 말 기준 ‘네이버파이낸셜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대출’의 대출 승인을 받은 차주 가운데 16.0%는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업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금융권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인터넷은행은 물론, 일부 저축은행조차도 7등급의 중신용자까지 대출을 제공하지만, 저신용자로 구분되는 8등급 이하는 사실상 대출을 꺼려한다.
특히 대출을 받은 차주 중 42.3%는 네이버의 대안신용평가에서 기존 금융정보만으로 매기는 신용평가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았다. 등급이 상승하면 이자율이 줄어들거나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건강식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30대 주부 이 모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연 6~8%의 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비금융정보를 결합하자 연 4.9%의 이자만 내도록 바뀌었다. 한도도 3300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뛰었다.
금융권에서는 비금융 데이터를 처음으로 도입한 네이버파이낸셜의 실험이 성공적이라 평가한다. 석 달이 넘었지만 단 한 건의 연체도 발생하지 않은 데다, 스마트스토어 내 사업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연간 매출액 데이터가 있는 자영업자에게만 대출을 제공해 준다. 매출액 데이터도 창업 1년이 넘어 국세청에 신고한 경우만 인정한다. 갓 학생 신분을 벗어났거나 주부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해도 은행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 설령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비교적 높은 이자를 물어야만 한다.
강덕준 네이버파이낸셜 리더는 “비금융정보를 결합한 ‘대안신용평가’는 차주의 잠재력과 성장성, 성실성을 평가하기 위해 응대나 배송속도, 매출 추이 등 정성적인 요소를 반영했다”면서 “현재도 불합리한 평가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조만간 다른 플랫폼의 데이터도 추가해 신용평가 모델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지금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을 잡고 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올해 중 우리은행으로 대출을 확대해 대출 금리(연 3.2~9.9%)도 낮추기로 했다.
◇“갚을 능력 있어도 증명 힘든 ‘씬파일러’ 잡는다”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은 해외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즈푸바오의 쇼핑정보나 알리페이의 공과금 납부 등을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고 대출을 제공한다. 전기나 수도요금을 제대로 냈는지, 사행성 제품을 주기적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일부러 물건을 반품하는 블랙컨슈머인지 등을 통해 개인 신용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은행과 거리가 먼 소상공인이나 농민 등은 이 알리바바의 시스템으로 대출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대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브라질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르카도리브레 역시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비금융데이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갚을 능력이 있지만, 금융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씬파일러(Thin-filer)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다.
데이터에 자신 있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대안신용평가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를 활용해 올 하반기 금융이력이 없는 청년이나 노인,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 하반기 인터넷은행을 출범하는 토스 역시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비금융 데이터로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개인신용평가업자(CB)를 모집하고 있다. 이르면 올 6~7월께 비금융 CB 첫 사업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CB가 나오면 은행권도 이들의 신용평가 데이터를 사들여 기존 금융데이터와 함께 활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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