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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김 씨의 증권 계좌가 전국적으로 공개됐을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에 15일 오후 4시 20분께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KB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평소처럼 로그인을 했는데 남의 계좌에 로그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총 자산이 5000만원 이상인 데다 그 이름은 ‘김X식’. 분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맞게 입력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남의 계좌’. 예사롭지 않은 경험이 이 사이트에 공유되면서 김X식 씨의 KB증권 계좌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KB증권은 외부 데이터센터와 계약을 맺고 네트워크를 공급하는데 15일 오후 3시 50분께 고객접속센터의 네트워크가 갑자기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후 회선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다른 사람의 계좌에 로그인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남의 계좌에 있는 주식이 함부로 매매되거나 예수금까지 이체되는 것은 아니겠죠? KB증권은 잘못 접속된 화면은 간편 로그인 화면으로 총자산만 보여준다고 합니다. 개별 주식을 매매하거나 예수금 이체 등이 일어나려면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해 추가적인 피해는 없었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입니다.
KB증권도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간편 로그인을 통한 총 자산현황 조회 화면은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화면이었는데 혹여나 이런 사고가 추가로 생길 수 있어 인증 절차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외부 네트워크 업체에도 네트워크 안정성 보완을 요청한 상황입니다.
KB증권에선 이런 피해 사례는 김X식이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김 씨가 운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금융권에선 토스의 개인 고객 정보가 도용돼 돈이 결제된 것도 모자라 생체인증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신용카드, 은행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휴대 전화번호 등 1.5테라바이트(TB) 분량의 개인 금융정보가 유출돼 수사하고 있단 사실이 알려져 전 국민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그만큼 금융정보 관련 보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무겁습니다. 그나마 총 자산현황만 조회할 수 있는 화면이니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접근이 가능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금융의 편리성이 높아진 만큼 보안에 대한 경각심 또한 높아져야 할 때입니다.
주식에 투자해 15% 손실 본 것도 속상한 데 증권 계좌까지 노출된 김X식 씨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