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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는 제 9회 이데일리전략포럼(ESF) 이틀째를 맞아 ‘라이프 혁신: 일과 행복’을 주제로 하는 다섯번째 세션이 진행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정태섭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나동현(대도서관) 엉클대도 대표가 자신의 성공은 물론 워라밸의 비결을 공유했다.
◇일과 삶 사이에서 본인만의 균형점 찾아야
산업통상자원부 70년 역사상 첫 여성 1급 공무원 타이틀을 거머쥔 유 실장에게도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유 실장은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키우며 가사와 일을 병행해왔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유 실장은 “우리 사회는 ‘워라밸’ 중에 아직도 ‘워(Work·일)’의 비중이 80~90% 가량 되는 것 같다”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에는 달라져야 한다”며 “일에 많은 노력을 쏟더라도 나머지 10%는 가정과 자기자신을 위해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실장은 디지털 시대에 ‘워라밸’이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대량생산이 아닌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에 의해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실장은 평소에 단련된 자기계발과 삶의 균형 속에서 자신의 일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실장은 현재 맡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예로 들며 “규범이나 지식은 공부하면 되지만 지금이 미국과 협상을 타결해야 할 시점인지, 아니면 좀 더 버텨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판단은 결국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일과 삶의 균형점’은 각각의 개인마다 다르다. 유 실장은 공무원이 된 뒤 새로운 대학과 로스쿨을 다니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독서를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녁이 지나고 국내외 신문 사설과 논설을 읽고, e북으로 다운로드한 수백권의 책을 읽는 것이 나만의 워라밸 방법”이라면서 “내게 독서는 일에도 도움이 되지만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업무 외에도 본인이 좋아하고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창의력의 시대, 엉뚱하길 겁내지 말자
엑스레이 아트 창시자로 알려진 정태섭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반복적으로 단순업무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지쳤을 무렵 예술에 도전해 길이 열린 경우다. 그는 예술을 잘 알지 못했지만 즐기다보니 몰입이 됐고 어느새 엑스레이 아트로 인정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53세의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본다. 그는 “젊은이들은 한두번 퇴짜를 맞았을 때 창피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들어 도전해보니 좀 창피당해도 다시 도전하는 것이 쉬웠다”며 “연륜만큼 쌓인 기억들은 새로 도전할 때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수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행복하면서 일을 하려면 답은 창의력과 감성”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생긴 기술이 아닌 디지털 신기술이 출현하면 쏠림현상이 일어나는데 그만큼 우리 사회가 폭이 좁은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신세계에서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신기술 출현에 열광하고 몰려가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융합형 창의력이 있는가 하면 오늘 포럼을 진행하는 총무팀에게도 실행형 창의력이 존재한다”며 “전통시장 할머니들이 어떻게 잘 팔까 생각하는 것도 생계형 창의력에 들어가고 로빈슨 크루소가 살아남으려는 노력 역시 생존형 창의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창의력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남보다 다른 사고를 하고 차별화된 행동을 하면 모두 창의력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취미가 곧 일’ 스스로 브랜드화해야
1인 미디어 시장의 선구자로 173만명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대도서관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직업으로 연결시킨 성공 사례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나와 자신 만의 사업을 시작하려다보니 고졸 학력이 걸림돌이 됐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1인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도서관은 “1인 미디어는 취미가 곧 일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1인 미디어를 콘텐츠 혁명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그보다는 유튜브를 통한 유통의 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누구나 기획력만 있다면 1인 미디어에 도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도서관은 자신이 설립한 ‘엉클대도’의 출퇴근 시간 자율화 같은 기업문화 개혁에 도전하며 또 다른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엉클대도 편집자들은 하루 8시간만 채우면 언제 출근하든 전혀 상관이 없다. 앞으로 여러 사업분야를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키워나가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