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트럼프 취임사 실시간 정밀분석…특임대사 임명”

박종오 기자I 2017.01.20 20:14:26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취임 연설 속 말 하나하나가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담당 국·과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트럼프 취임 연설을 실시간으로 듣고 정밀 분석할 계획”이라며 “연설 내용에 따라 주말에 예정에 없던 긴급 대응 회의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20일 오전 11시 30분(현지 시각·한국 시각 21일 오전 1시 30분)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 시작한다. 트럼프는 낮 12시(한국 시각 21일 오전 2시)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제로 취임 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앞서 이날 충남 공주시 산성동 공주 산성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경제, 통상 부분”이라며 “후보 때와는 견해가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통상 문제와 관련해 태도가 변하거나 진일보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0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 공주 산성시장에서 계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기재부는 유 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을 중심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경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되는 대로 미 재무부와의 공식 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6일 유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2017년 대외경제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한다. 올해 정책 방향에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에 대한 현안 대응이 주요 내용으로 담길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은 상대(미 재무부 장관)가 없는 상황이지만, 정해지는 대로 바로 협상 채널을 가동해 두 나라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새 행정부 간 다리 구실을 할 ‘특임대사(대외직명대사)’ 임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외직명대사는 각 분야 전문성과 인지도가 있는 민간인에게 대사 직명을 부여해 정부 외교 활동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사 직명만을 부여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임기는 1년(1년 연장 가능)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앞서 이달 19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해외 인프라 수주를 늘리기 위해 특임대사 임명 등 외교력과 민·관 합동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외교부는 국가안보문제담당 대사, 인권대사, 주요 20개국(G20) 국제협력대사, 국제법협력대사,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대외직명대사로 두고 있다. 신임 대외직명대사 후보 물망에 오르는 것은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허경욱 전 대사는 국제 금융통인 데다 영어가 거의 모국어 수준이고, 신제윤 전 위원장의 영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대외직명대사는 최대 10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외교부 장관이 제청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여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명권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최종 임명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특임대사 임명과 관련해서 현재 확정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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