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친 수험생 소비 유도 프로모션
외식·쇼핑 ''수험표 할인'' 등 나서지만…
학령인구·정시인원 감소에 갈수록 ''시들''
[이데일리 김범준 전재욱 기자] 식품·유통업계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수능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시들한 분위기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와 학령인구 감소, 수시비중 확대 등으로 수능 이후 소비 심리가 전과 같지 않으면서 ‘수능 대목’은 사실상 옛말이 됐다는 반응이 따른다. 업계에서도 ‘수험표 지참 할인’ 등 일부 수능 특수를 노린 프로모션 등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잠잠하다는 평가다.
|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라그릴리아 양재점에 수능 수험생 할인 행사 안내문이 내걸려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 라그릴리아는 이달 18∼28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수험표를 제시한 고객에게 ‘로얄 까르보나라’와 ‘볼로네제 파스타’ 중 1개를 무료로 제공한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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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식당 라그릴리아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수능 수험표를 제시한 고객을 대상으로 ‘로얄 까르보나라’와 ‘볼로네제 파스타’ 중 1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벤트는 4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이 해피포인트 앱을 통해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참여할 수 있다. SPC그룹의 커피전문점 카페 파스쿠찌도 이달 21일까지 수능 수험표와 해피포인트 앱으로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음료를 2000원 할인해준다.
치킨 브랜드 KFC는 18~19일 이틀 동안 시간대에 상관없이 치킨 메뉴를 ‘1+1’으로 제공하는 ‘올데이 치킨나이트’ 행사를 진행한다. 수능을 준비해 온 수험생을 포함해 모든 소비자들이 해당 기간 시그니처 메뉴 ‘핫크리스피치킨’,‘오리지널치킨’, ‘블랙라벨치킨’, ‘갓양념치킨’ 등 모든 치킨 메뉴를 구매하면 한 마리 더 제공한다. 제너시스BBQ는 수능 종료를 기념해 배달앱 요기요에서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횟수 제한 없이 전 메뉴 6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 (사진=신세계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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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하면 패션 브랜드 상품을 20% 할인해주는 ‘수능 PASS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에서 이달 28일까지 수험표 지참시 컨버스, 널디, 푸마, 닥터마틴 등 10여개 브랜드 제품을 최대 30% 할인한다. 또 지하 2층 사은 데스크에서 수험표를 제시하면 유플렉스 11층 식당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쿠폰을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 5일까지 모바일 앱 추첨을 통해 신세계 자체 캐릭터 ‘푸빌라’ 이모티콘과 패션 장르 7% 할인권, 멤버스바 커피 이용권, 식음료 5000원 할인권 등을 제공한다.
11번가는 오는 21일까지 수험생을 위한 선물을 모아 할인하는 기획전을 연다. 행사 기간 최대 2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5% 할인 쿠폰도 5장씩 발급한다. G마켓은 이달 30일까지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위해 갤럭시탭을 할인 판매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홍대점을 방문해 5만원 이상 제품 구매시 수험표를 제시하면 5000원을 즉시 할인해준다. 무신사 스토어에서는 수능 이후 첫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고3 학생(2003년생) 회원들에게 이달 24일까지 10%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후 서울 제15지구 1시험장이 마련된 경복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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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요 외식업체 A사는 수능과 관련한 마케팅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년이라면 수능 당일부터 수일간 수험생 대상으로 가격을 할인하는 등 대대적 마케팅을 펼쳤지만 코로나 확산 여파로 지난해부터 접었다. 코로나로 인해 매장 영업이 움츠러들었음에도 2년 연속 수능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수능에 쏟을 마케팅 비용을 여력을 아껴 연말에 집중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프랜차이즈 기업 B사 역시 올해 수능 마케팅을 위한 비용을 전년 대비 감축해 진행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20년 가까이 종사한 B사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마케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걸 체감한다”며 “자사뿐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능 마케팅 주요 대상인 학령인구의 감소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 고3 학생수는 44만6573명으로 10년 전 63만7536명(2011년)보다 약 30% 감소했고, 5년 전 58만5083명(2016년)보다는 24% 줄었다.
고3 학생 감소에 이어 수능 응시 인구가 감소가 겹친 것도 영향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2만1034명으로 접수 인원 대비 응시율은 85.3%를 기록했다. 1994년 수능을 도입한 이래 역대 최저 응시율이다. 응시율은 2018년 들어 80%에 진입한 이래 줄곧 하락하고 있다.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수험생들이 수능 응시를 포기한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종로학원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교의 신입생 모집 비중은 2007년 수시(51.5%)가 정시(48.5%)를 처음 앞섰다. 올해는 수시 77%와 정시 23%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이 전보다 축소된 것이다.
물론 수능이 외식업계가 사활을 거는 주요 격전지는 아니다. 직장인 등 기성세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거나 없는 수험생들의 소비력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소비층이 줄면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가 크게 오를 수 없다”면서 “마케팅 타킷이 많고 적음은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