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의장 주재로 두 차례 회동하고 언론중재법 쟁점에 대한 접점 찾기에 나섰지만 끝내 평행선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애초 양당이 협의안 통과를 계획했던 27일부터 사흘째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것이다. 특히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팽팽하자, 당 지도부는 단독 상정을 강행하는 대신 방송사와 신문사, 1인미디어 등을 포괄하는 언론개혁 국회특위를 구성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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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최고위원회의, 오후 2시께 의원총회를 각각 열고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2시께 의총 형식의 ‘현안 관련 긴급보고’를 열고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오후 4시30분경에는 박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합의는 불발됐다. 민주당은 오후 5시30분경 다시 최고위를 열고, 이날 언론중재법을 상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언론개혁 포괄하는 국회특위 구성을 제안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가 개정안을 두고 엇갈린 최대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었다. 손해배상액을 ‘최대 5배’로 규정했던 민주당의 원안을 놓고 야당뿐 아니라 국제단체와 시민사회가 강력 반대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은 ‘충분한 손해배상이 되도록 하되 보도 경위나 피해 정도에 따라 증액한다’ 는 내용으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국민의힘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의 증액을 염두에 둔 내용이라면서 원천 삭제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열람차단청구권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의 침해의 경우에 국한해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민의힘은 완전 삭제를 요구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표출됐다. 이날 오후 진행한 의원총회에서 강경론자들은 야당과 협의를 수 차례 진행한 만큼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국제사회의 염려도 있는 만큼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의총에서는 그간 침묵하던 다수가 ‘개정안 처리 실익이 없는데도, 일방 처리 부담을 가지면서까지 처리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을 내놨다”며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 본회의 상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시 필리버스터를 포함해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최종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개정안 상정을 위한 본회의 개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강행처리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내부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결국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나서 언론중재법 상정 대신 국회특위를 제안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견이 팽팽했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최종 결론은 당대표에게 위임했었다”면서 “이에 당대표가 최종적으로 이같은 방향을 정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