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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위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어 검찰이 반드시 이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번 월성 원전 의혹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인 데다 수심위 소집 역시 김오수 검찰총장 직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심위 권고대로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공모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해 2017년 11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지난 6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정 사장을 압박해 배임을 저지르게 했다고 보고,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앞선 백 전 장관 기소 당시 배임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심위의 판단은 달랐다. 구체적인 불기소 권고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백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의 입장문에 비춰 배임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백 전 장관 측은 수심위 권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에게만 이익이 발생하고 한수원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이 공기업인 한수원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력 시장은 공공시장으로서의 특성이 있고 한수원의 수익은 이러한 정책적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배임죄를 논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이 같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행여 백 전 장관의 지시로 정 사장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더라도, 이는 정책적 의사결정일뿐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오는 24일부터 본격화될 재판에서 이날 수심위 권고와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당초 김 총장이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고 판단하고 기소를 승인했을텐데, 수심위에서 교사 여부가 아닌 배임 혐의 성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에서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심위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