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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재훈 배임 기소했는데…수심위, 백운규 불기소 권고에 물음표

남궁민관 기자I 2021.08.18 19:30:56

월성 1호기 관련 정재훈에 조기폐쇄 지시한 혐의
18일 檢 수심위 진행한 결과 9대 6 불기소 권고
배임 혐의 자체가 성립 안된다고 본 듯
이미 배임 기소된 정재훈 재판서 논란 여지 남겨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발생한 손해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떠넘기면서 정부가 이익을 봤다는 검찰의 배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법조계에선 이미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것과 배치된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검은 1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외부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를 열고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한 결과 불기소 권고로 의견을 모았다. 15명 중 과반 이상인 9명이 기소에 반대 입장을 냈고 찬성은 6명에 그쳤다. 수사 계속 여부도 함께 심의했는데 만장일치로 중단을 권고키로 했다.

수심위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어 검찰이 반드시 이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번 월성 원전 의혹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인 데다 수심위 소집 역시 김오수 검찰총장 직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심위 권고대로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공모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해 2017년 11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지난 6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정 사장을 압박해 배임을 저지르게 했다고 보고,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앞선 백 전 장관 기소 당시 배임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심위의 판단은 달랐다. 구체적인 불기소 권고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백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의 입장문에 비춰 배임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백 전 장관 측은 수심위 권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에게만 이익이 발생하고 한수원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이 공기업인 한수원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력 시장은 공공시장으로서의 특성이 있고 한수원의 수익은 이러한 정책적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배임죄를 논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이 같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행여 백 전 장관의 지시로 정 사장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더라도, 이는 정책적 의사결정일뿐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오는 24일부터 본격화될 재판에서 이날 수심위 권고와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당초 김 총장이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고 판단하고 기소를 승인했을텐데, 수심위에서 교사 여부가 아닌 배임 혐의 성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에서 정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심위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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