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가 삭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추정 인물의 육성통화 파일을 복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에피스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에서 이 부회장이 이 회사 임원과 직접 통화한 음성파일을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해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음성파일에는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과 회사 현안에 대해 보고받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등을 직접 관리했다는 정황으로 보고 콜옵션 공시 누락 등 분식회계와 이후 증거인멸 작업에 관여했는지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폴더의 ‘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지칭한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최근 구속기소한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 등이 지난해 7월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 공용폴더에 저장된 약 2100개 파일의 삭제를 지시한 점을 파악했다. 삭제된 파일은 부회장 통화 내용을 정리한 파일과 함께 △삼성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상장 연기에 따른 대응방안 △바이오젠 부회장 통화 결과 △상장 및 지분구조 관련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상장 현황 등의 파일이다. 검찰은 삭제한 파일의 상당수를 복구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작업에 삼성전자 수뇌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전날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3명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4일 열린다.
이들은 삼성 측이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에서 분식회계 관련 조치사전통지서를 받자 대책회를 열어 문제가 될 만한 증거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전자 부사장들이 회사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의 증거인멸 행위를 지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구속된 이후 당초 입장을 뒤집고 ‘증거인멸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작업의 책임자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팀장(사장)을 지목하고 소환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옛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