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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군대 입영 거부는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이므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1일. 시민들은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박탈감이 든다”는 우려와 “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생각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재판부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판단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허탈감…종교·양심 이유로 병역거부 속출할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오씨가 병역거부 사유로 내세운 종교적 신념, 즉 양심적 자유가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도 높은 반대의견에도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인 9명의 대법관이 낸 무죄의견을 최종결정했다.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장연욱(28)씨는 “군 복무 시절 어깨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지만 병역을 끝까지 마쳤다”며 “양심을 이유로 군대를 안 갈 수 있다면 누가 군대를 가고 싶어하겠는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예비군 5년 차인 직장인 심모(29)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는데 양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이 판결 이후 많은 남성들이 양심을 내세워 병역거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심모(30)씨는 “옛날 스님들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나서 나라를 구했다”며 “군대 가는 사람들은 살생에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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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가의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 결정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한모(26)씨는 “과거에는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를 무조건 수행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꼈다”며 “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취지로 본다면 올바른 방향이다”고 평가했다.
예비역 6년 차인 신모(28)씨도 “모두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들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제도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체 복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장모(28)씨는 “이번 판결이 악용돼 무조건적으로 군대를 기피하거나 양심만 내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차후 이어질 대체복무제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얼마전 군대를 다녀온 박모(24)씨는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무죄라고 판단했다면 대체복무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야에서 양심을 지키면서도 병역의 의무 다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