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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정부가 다음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통해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를 만든 것은 지지부진한 국내 소비의 반등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12년 이후 장기 불황에 빠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민간소비의 성장세는 경제성장률보다 더 부진했던 게 다반사였다.
다만 소비 반등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냉정한 진단도 적지 않다. 갈수록 해외 소비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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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은 결국 ‘소비 반등 카드’
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경제성장률로 불리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까지 11년째 민간소비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내수라는 의미다.
이를테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2.8% 성장했지만, 소비는 2.5% 증가했다. 2014년(3.3%, 1.7%)과 2015년(2.8%, 2.2%)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부터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올해도 불안한 흐름이다.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기 대비 1.0%로 반등하긴 했지만, 호조세를 장담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매달 나오는 소매판매 증가율부터 들쭉날쭉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액 증가율(전기 대비)은 1월부터 매달 -2.1%→3.2%→-0.3%→0.7%→-1.1%→1.1%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이 매달 내놓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문재인정부 출범 안팎으로 급등했다가, 지난달 하락 전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연휴가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임시공휴일의 경제효과 분석은 이미 여럿 나와 있다. 예컨대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 내수 효과를 1조3100억원으로 추정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대체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임시공휴일 당일 여럿이 소비를 한다는 가정만으로 나온) 경제효과 수치도 있어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면서도 “내수에 효과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에서 소비 쪽이 (생산 쪽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면서 “임시공휴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긴 하지만, 그 이상 소비가 커지면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여행 급증할듯…해외만 배불려”
다만 비관론도 없지 않다. 국내보다 해외 소비가 더 큰 폭 증가하면서, 해외만 배불릴 수 있다는 부작용이 그 이유다.
해외여행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출국자 수는 238만9000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208만6000명)보다 14.5% 늘었다. 휴가철을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황금연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추석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94.4% 급증했다. 그것도 미국 유럽 남태평양 등 장거리 여행이 전년 대비 257%로 폭증했다.
상황이 이렇자 가뜩이나 만성화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본인의 만족도 측면에서는 좋지만 나라 경제로 보면 남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광 세종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도 “정부는 소비 지출을 올리려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여행은 길게 가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가는 기류가 클 것 같다. 오히려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커지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소득 등 실질 구매력이 반등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임시공휴일은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