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RS17 가이드라인이 실적 순위 바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빅5(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7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조5735억원) 대비 60% 증가한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1조6433억원 △현대해상 7864억 △DB손보 1조2624억원 △KB손보 6803억원 △메리츠화재 1조334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빅5 손보사의 순익이 5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전체 순익은 증가했지만, 각 사별 표정은 달랐다. 순익 기준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삼성화재로 1년 새 27.0% 늘었고, 메리츠화재가 26.7% 상승하며 그 뒤를 바짝 쫒았다. 반면 현대해상과 DB손보는 각각 8.0%, 8.2% 감소했다. KB손해보험 역시 2.8%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올해 3분기 손익을 가른 것은 금융당국의 새 회계제도 가정 지침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 효과로 손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자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포함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 가이드라인 올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순위 지각변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정이 바뀌면 순익 전망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영향을 준다.
실제 당초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았던 메리츠화재의 3분기 순익(4963억원)은 주요 손해보험사를 모두 앞질렀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순익(4295억원)도 668억원 차이로 앞섰다.
◇메리츠화재, 3분기 손보사 실적 1위 올라
특히 실손보험 관련 가이드라인이 손보사 실적을 가른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손보험은 1~4세대에 따라 상품 구조가 다른 데다 각 사별 상품과 보유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도 가정에 따라 CSM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감독 당국이 3분기 내 반영하라고 한 가정은 다 반영한 상태다. 가정 변경으로 실손에서 수익이 8000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CSM은 오히려 늘었다”며 “이 말은 원래 자사의 가정이 더 보수적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순익이 감소한 DB손보·현대해상·KB손보는 가이드라인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DB손해보험은 실손·무저해지상품 가이드라인 적용과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CSM이 줄면서 전체 순익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KB손보도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일회성 손실과 유가파생 손실로 1163억원의 순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보다 기존에 공격적인 가정을 세웠던 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순익이 줄고 반대 사례였던 메리츠화재의 실적은 늘었다”며 “이번 순위 변동에 가이드라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