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5억 빌리면 월이자 200만원" 계속된 고금리에 가계대출 감소세

정두리 기자I 2023.02.01 17:35:49

1월말 가계대출 잔액 688조, 1년여만 20조원 이상 줄어
대출이자 부담에 "여유자금 있을때 빚부터 갚자" 심리
대출금리 낮아지는 추세지만 당분간 고금리 지속 전망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고금리 여파로 새해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지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상환 압박을 받는 대출 차주들은 신용·전세대출부터 갚거나 무리한 투자성격의 대출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을 비롯해 자산시장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에 대출상환 러시…가계대출 잔액 한달새 4조 빠져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3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647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692조5335억원)보다 3조8857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말(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약 1년 동안 20조원이 넘는 금액이 빠졌다.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118조9763억원) 대비 3조3516억원 줄어든 115조6247억원을 기록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130조4182억원으로 전달(131조9870억원)대비 1조5688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신용·전세자금 대출 잔액만 5조원 가까이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3조3577억원으로 전월(513조1416억원)대비 216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달 증가폭(2조3782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초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가 최고 연 8%대를 돌파하고 신용대출 금리도 연 7%대를 넘어서는 등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는 대출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큰 상황에서 대출을 상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연 6.89%의 주담대(4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로 5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평균 이자는 약 202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차주는 원금을 포함해 매월 307만원 가량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이렇게 상환할 때 40년간 갚아야 하는 이자만 약 9억7200만원에 이른다.

이보다 2%포인트 낮은 연 4.89%를 적용했을 때 총 이자는 약 6억4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싸다. 월 평균 이자는 70만원 가량 낮은 133만원이다. 연 6% 후반대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인 셈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올 상반기까지 가계 금리 계단식 소폭 상승할 것”

앞으로 대출금리의 향방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어떻게 될지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 권고와 은행채 발행 재개 등으로 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이는 반면 대출금리가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이날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6개월)는 4.86~6.89%로 집계됐다. 약 한 달 전인 1월 3일만 해도 5.25~8.12%였는데 최고 금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 1%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일(현지 시각)까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선물 금리로 연준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99.9%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도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시장금리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권고로 대출 금리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에 주목한 차주들의 상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부는 중도 상환 수수료 때문에 대출 상환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가 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줄여준다면 상환율은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또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큰 폭의 상승보다는 계단식으로 소폭 상승하는 장이 올 상반기까지 연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말 기준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870조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는 7조1840억원 줄어든 수치다. 작년 내내 주식·부동산 등 투자자금이 안전한 은행권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됐지만 최근 정부에서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이후 수신잔액은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같은기간 6조1866억원 줄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