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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PEF 운용사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가파르게 오른 금리와 침체일로를 걷는 주식시장 때문이다. 금리가 뛰자 인수금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상승에 따른 우려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지면 분위기가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시장에서는 내년이 PEF 운용사들의 성패를 좌우할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PEF 운용사별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크게 빠진 투자처(포트폴리오)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에 없던 기한이익상실(EOD·채권자가 빌려준 자금에 대해 만기 전 회수를 요구하는 것)이나 ‘눈물의 손절’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에서 내년에는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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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경우 내년 초 인수금융 조달 금리는 9%를 바라볼 수도 있다. 2배 넘게 오른 인수금융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PEF 운용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와 올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관하는 PEF 위탁운용사에 선정된 운용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투자를 위한 자금 여력이 있어서다. 반면 투자금이 떨어져 새로운 자금을 모집해야 하는 운용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장의 한파는 피해가자’며 올해 의도적인 개점휴업에 나섰는데, 내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칫 운용사 존폐기로까지 걱정 해야 할 수 있다.
PEF 운용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냉정해진 상황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만 봐도 SI와 글로벌 PEF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PEF 운용사들의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며 “자금이 잘 돌지 않는 ‘돈맥경화’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PEF 운용사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