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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동굴’로도 불리는 해당 동굴은 2018년 어금니와 함께 코뿔소, 사슴 등 대형 동물 화석이 발굴된 곳이다. 연구팀은 어금니가 오래돼 탄소연대측정법과 유전자 분석을 적용할 수 없었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어금니의 주인을 추적할 수 있었다.
우선 어금니가 발견된 곳의 주변 퇴적물과 동물 화석을 통해 13만1000년~16만4000년 전으로 시기를 특정했다. 겉면에 남아 있던 단백질을 분석해 3.5세~8.5세에 사망한 어린 소녀라는 점을 확인했고, X선으로 어금니 내부를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한 뒤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초기 인류 계통의 치아와 비교해 데니소바인의 어금니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
데니소바인은 약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져 나와 동남아시아와 시베리아에서 주로 서식하다가 약 3만 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인류 계통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5만 년 전부터 공존하며 교배된 것으로 보이며 현재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의 일부 토착민은 최대 5%의 유전자를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데니소바인은 2010년 시베리아 동굴에서 손가락뼈와 사랑니가 발견되면서 인류 계통으로 처음 규정됐다. 이후 발견된 화석은 2019년 티베트 샤허에서 턱뼈가 출토된 것이 전부다. 클레멘트 자놀리 보르도대 고인류학 박사는 “이번 연구로 비로소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에서도 서식하며 호모 사피엔스와 교류했다는 것을 입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밀한 분석을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유전자 분석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중단됐던 동굴 발굴 작업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