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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반발 이어 졸속 계획 논란…서울형 키즈카페 좌초하나

양지윤 기자I 2021.12.01 18:00:00

서울형 키즈카페, 3000원만 내면 2시간 이용
오세훈 주요 공약…서울시, 내년 66.5억 예산 투입 계획
시의회 "구체적 계획 없이 예산 편성한 졸속사업"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3000원만 내면 두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서울안심 키즈카페(서울형 키즈카페)’가 내년 4월 첫 선을 보일 예정인 가운데 예산 확보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구체적 운영계획과 설치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올려 서울시의회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 이어 시의회까지 제동을 걸면서 자칫 서울형 키즈카페 사업이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말에도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자제하면서 상당수 키즈카페가 개점휴업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키즈카페.(사진=노진환 기자)
1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정책실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예비심사에서 서울형 키즈카페 사업의 재검토 요구가 잇따라 사업비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2시간에 30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키즈카페다. 기존 민간 키즈카페 요금이 두 시간에 약 1만~2만원에 달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실내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에 66억5200만원 투입을 시작으로 5년 간 25개 자치구에 100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내년도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서울시가 구체적인 계획과 설치 기준 없이 예산안을 올려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치구별 키즈카페 면적과 시설은 전부 제각각이지만, 서울시가 준공일과 예산을 일괄 편성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서울시가 시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키즈카페의 면적이 가장 작은 곳은 46㎡, 가장 큰 곳은 655㎡로 자치구별로 천차만별이었다.

김경영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자치구마다 키즈카페 면적과 시설은 모두 다르지만 예산이 일괄 편성된 것은 문제”라며 “시민을 위한 고민 없이 급조된 졸속사업”이라고 꼬집었다.

필수시설과 안전관리 인력 확보 계획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0~9세를 이용대상으로 한다. 이용 연령대가 넓은 만큼 활동량과 범위가 다른 점을 고려해 필수시설, 면적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계획없이 예산 배정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키즈카페에서 보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안전관리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서울시 역시 민간 키즈카페에 없는 돌봄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구체적인 세부 운영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회의원은 “키움센터나 어린이집에서 키즈카페와 유사한 기능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고, 기존의 다른 사업이나 다른 시설에서 이 사업을 하도록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는데, 뚜렷한 목표와 기준도 없이 예산부터 편성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무원칙·무계획으로 예산을 수립했다”고 비판했다.

민간 키즈카페의 반발도 넘어서야 할 산이다. 민간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서울형 키즈카페가 조성될 경우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서울시 홈페이지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식음료를 판매하지 않고, 민간 키즈카페와 500m의 거리제한을 두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김경영 의원은 “아동과 부모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더 해야한다”면서 거리와 면적, 대상과 주변 상권과의 상생의 측면에서 재검토를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각 자치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서울형 키즈카페 수요 조사를 토대로 운영 기준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민간 키즈카페와의 거리제한에 대해서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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