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행장부터 콜센터 직원까지 영어이름을 부르고 있고, 신한금융 콜센터 일부 파트에서 영어식 이름 부르기가 있었지만, 기존 금융사가 전면적으로 호칭제도를 개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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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직원들은 30일까지 원하는 영어이름을 골라야 한다. 11월 1일부터는 본점에서는 상시적으로, 영업점에서는 회의 시,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불러야 한다. 대외적으로 필요할 때만 기존 직급과 직함을 쓴다.
직원들의 혼란을 막고자 하나은행은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이름 2000여개를 참고 삼아 첨부했다. 사람에게 붙일 법한 정식 닉네임 사용을 권장했다.
다만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영어 이름 도입을 놓고 술렁이는 분위기다. ‘호칭이 영어 이름으로 바뀐다고 해서 진짜 조직문화가 바뀌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대표적이다. 수 십년간 써왔던 호칭이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면서 생길 ‘어색함’을 걱정하는 직원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래도 서로 존중하기 위한 첫 단추이자 노력이라는 의미”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기존 유지되던 호칭 제도를 바꿨다. 직급제를 없애고 메니저나 프로 제도를 도입하거나 영어이름을 부르게 했다. 개중에는 성공한 기업도 있고 실패해 다시 원래로 돌아간 기업도 있다. 하나은행의 시도가 드문 경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예컨대 2000년대 애플과 구글 등 해외 IT기업에서 영감을 얻은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09년 직급에 따른 승진제를 없앴다. 2012년에는 대리·과장·차장에 이르는 직급제를 폐지했다. 대신 이름 뒤에 ‘매니저’를 붙였다. 김 차장도 김 매니저, 이 부장도 이 매니저가 되는 식이다.
그의 시도는 만 2년만에 ‘역사의 유물’이 됐다. 다음 회장으로 온 황창규 전 KT 회장이 매니저라는 직함을 없애고 ‘과장, 차장, 부장’ 식의 직급제를 부활시켰다. 애플과 같은 기업을 꿈꿨던 이석채 전 회장과 달리 황창규 전 회장은 삼성과 같은 효율적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반면 2007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카카오는 영어 이름 붙이기가 잘 정착된 사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창업 초기시절부터 수평적 문화 정착을 강조하면서 영어이름 부르기를 독려했다. 카카오 내부에서 카리스마가 큰 김 의장이 10년 넘게 카카오에 영향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카카오 사내 벤처로 시작한 카카오뱅크도 이 같은 문화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이름은 ‘대니얼’이다.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호칭 모델이기도 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 문화 정착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면서 “경영진부터 솔선해 장기간 유지하고 전파해야 겨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장 임기가 길어야 3년인 우리나라 은행 상황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