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중 일정 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곳을 일괄적으로 구역 해제하는 ‘정비구역 일몰제’가 지난 2일 종료됐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정비구역 일대에 불신과 갈등만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정비사업이 오랜 기간 늦어질 경우 주민 갈등이 심해지고 매몰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2012년 1월30일 이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사업장은 이달 2일까지 조합 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별도의 연장 요청이 없을 시 일몰제를 적용받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
구역 특성상 사업추진에 장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 일정 기간만 지나면 무조건 해제가 된다는 점도 혼란을 야기했다. 여의도 미성·목화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어 조합설립인가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서울시의 늑장대응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구역이 단순히 시간 경과로 해제 위기에 놓인 셈이다. 영등포구는 단지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구청장 직권으로 일몰제 연장 신청을 하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직무권한으로 일몰제 연장이 가능한 사례를 남겨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 소지도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비구역 해제 후 관리방안 부재다. 정비구역 해제 이후 개발이 지연되면서 결국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을 간과했다. 정비구역 해제에 따른 지역 슬럼화도 내다보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올해 일몰제가 적용될 예정이었던 서울 내 수십 개의 정비구역 모두 존치 신청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최종 심의가 남아 있지만 올해 일몰제 적용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값을 밀어 올린다는 것을 이유로 정비사업 진행에 소극적이었던 서울시의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몰제는 ‘왜 도입했던가’라는 질문만 남는다. 지금까지 서울 시내 수 십 개가 넘는 정비사업장을 혼란에 몰아놓은 것 외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현장의 상황을 도외시한 탁상공론 정책 탓에 재개발·재건축 사업 현장은 정책 불신과 민원의 진원지가 됐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일몰제를 도입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고 되묻던 재건축 사업현장 관계자의 하소연에 서울시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