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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산업 부진하지만… ‘고부가 합성고무’ 투자 이어가는 유화업계

김정유 기자I 2019.07.17 17:27:47

롯데켐, SSBR 생산하는 롯데베르살리스에 상반기 500억 투자
LG화학도 매년 지속적으로 SSBR 설비 증설, 올해 9만톤까지 늘려
최근 업황 좋지 않지만 친환경 타이어 수요 맞물려 성장성 기대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타이어 핵심소재인 고부가 합성고무 경쟁력 확대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올 상반기에만 총 500억원을 투입,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고 LG화학(051910) 역시 올해 추가 설비 증설을 추진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 시장이 최근 부진한 상황이지만 친환경 및 고연비 타이어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성장성과 다각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이다.

17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계열사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이하 롯데베르살리스)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롯데베르살리스는 2013년 롯데케미칼과 이탈리아 유화업체 베르살리스가 50대50으로 합작한 회사다. 롯데베르살리스는 2017년 여수에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과 ‘에틸렌프로필렌다이엔모노머’(EPDM)을 각각 연간 10만톤씩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초에도 한 차례 250억원을 롯데베르살리스에 출자한 적이 있다. 올 상반기에만 총 500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합작사인 이탈리아 베르살리스도 롯데케미칼과 연계해 함께 500억원을 출자하면서 올 상반기 롯데베르살리스에 들어간 양사 자금만 1000억원이다.

롯데베르살리스가 생산하는 고기능성 합성고무 SSBR은 에너지 소비율이 낮으면서도 내구성이 높고 안전한 친환경 타이어에 쓰이는 핵심소재다. 낮은 회전저항력, 젖은 노면 접지력에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내마모성이 높아 친환경, 고연비를 목표로 한 타이어 제조사들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더불어 유럽, 일본을 시작으로 최근 중국까지 ‘타이어 라벨링 제도’(효율등급부착 의무화) 도입이 확산되면서 잠재성도 크다. EPDM 역시 내열성, 내후성 등이 강한 특수고무로 자동차 통풍 덕트, 라디에이터 등에 쓰인다.

하지만 롯데베르살리스의 실적은 아직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롯데베르살리스의 매출은 280억원, 영업적자는 874억원 수준이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 업황이 추락한데다 공급사 인증 문제도 겹쳤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SSBR 같은 고기능성 합성고무의 경우 타이어 제조사들에게 엄격한 수준의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며 “생산 초창기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양사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SSBR 시장은 설비가 완성되더라도 영업활동이 정상궤도에 올라가려면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SSBR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데 공급처별로 원하는 물성(물리적 성질)이 달라 적용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든다”며 “타이어 인증단계에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초창기에 다소 힘들지만, 친환경 및 안전성 위주의 전 세계 자동차 트렌드와 맞물리는 만큼 잠재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찍이 시장에 뛰어든 LG화학도 꾸준히 SSBR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2015년 6만톤이었던 SSBR 연간 생산능력을 올해 기준 9만톤까지 늘렸다. 올해도 추가 증설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합성고무 사업 부문에서 SSBR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중국 자동차 판매량 감소 등으로 합성고무 수요가 줄긴 했지만 SSBR 같은 경우는 고연비 타이어 수요 증대로 수요 개선이 예상되는만큼 소량이지만 지속적으로 증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고무를 주력으로 하는 금호석유(011780)화학도 여수에서 연산 6만3000톤 규모로 SSBR를 생산 중이다. 금호석화는 공식적인 설비 증설대신 전방사업 시황에 따라 영업과 생산 등을 유기적으로 운용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합성고무가 일반 범용제품처럼 대규모 시장은 아니지만, 저가 중국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군인만큼 의미가 있다”며 “국내엔 롯데베르살리스가 조만간 정상궤도에 오르고 자동차 업황이 개선되면 이 같은 선제적 투자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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