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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①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삶의 전환점 된 '행복의 정복'

김경은 기자I 2018.01.02 19:29:30

"내게 도움될 사람들 넓게 사귀고
장르 안 가리는 독서 행복감 느껴"
사고 확장에 나가는 즐거움 깨쳐
10년간 책 500권 독파한 ''독서광''
A4용지 3장 분량의 서평은 기본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2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철학자 버틀란트 러셀의 저서 ‘행복의 정복’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김경은 기자] 최근 10년간 약 500권. 단순히 산술적으로 평균하면 연간 50여권이다. 평범한 직장인은 엄두도 내기힘든 ‘다독(多讀)’이다. 읽은 책을 정리한 문집만 대여섯 권. 독서 영역도 문학부터 철학서, 역사서, 경영서적, 베스트셀러 등까지 광범한 카테고리를 아우른다.

성대규(사진) 보험개발원장의 서가는 ‘성실한 독서가’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독서광’에 가깝다. 한 권의 책에 들이는 공이 상당하다. 책 사이사이에는 포스트잇이 끼워져있고, 다 읽은 후에는 A4 3장 분량으로 서평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런 그도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건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유년기 인생에 변화를 준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어렵게 기억에서 끄집어낸 것이 ‘어머니 아직은 촛불을 끌때가 아닙니다’라는 고시 합격수기가 전부다.

성대규 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다독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좋은 대학 나와 현명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자기 프레임에 갇히면 오히려 자기 생각만 공고해질 뿐”이라며 “지식인으로서 인생을 폭 넓게 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책을 통해 습득하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는 이윤재 전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이 성 원장이 사무관인 시절부터 그에게 꾸준해 해준 말이다.

그의 회상에서 이 전 비서관은 인생 선배이자 직장 상사로서의 표본이다. 제33회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한 이후 그와 재무부 시절 과장과 사무관으로 만나 우리나라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입 협상을 이끌면서 관료로서 편협함을 가질 때의 위험을 알려줬다고 한다.

성 원장은 “고작 사무관에 불과했던 나에게 무조건 막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득실을 따지고 판단하라며 꾸준히 반문하라고 설득했다”며 “많은 과정들이 있었지만 결국 보험시장 개방을 통해 코리안리 재보험 크로스보더 합작규제를 풀었고 지금 코리안리는 더욱 큰 회사가 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제는 독서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을 이전하고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생 목표는 객관적 진실과 지식을 좀 더 넓혀서 자유로운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전환점이 된 책으로는 영국의 철학자인 버틀란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꼽았다. 성 원장은 “이 책은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넓혀야 행복해는 길이라고 말한다”며 “좋은 사람과 나에게 지식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넓게 사귀고 여행을 간다던지 책을 본다던지 사물과의 관계를 넓히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비슷하다. 편견과 선입관에 갇히지 않는다. 고전은 물론 최근 핫한 베스트셀러까지 두루 읽는다. ‘넛지’, ‘똑똑한 사람의 멍청한 선택’ 등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는 요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 궁금해서다. △존 스튜어트밀의 정치경제학 △멜서스의 인구론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죄와벌 △안나 카레리나 등 고전도 닥치지 않고 읽는다. 고전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지침서다.

성 원장은 끝으로 ‘독서하는 법’을 꼭 강조하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독서, 메모하는 독서를 하라는 것. 성 원장은 “책은 많이 읽을 수록 좋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읽는 것이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독서는 자리에 앉아 메모하면서 읽는 것”이라며 “자리에 앉아 메모하면서 독서하는 것이 괴롭지만 가장 잘 흡수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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