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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묘에서 출토된 명정(장례 시 죽은 사람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 품계·성씨 등을 기재해 상여 아에서 길을 인도한 뒤 관 덮개에 씌워서 묻는 기)에 따르면, 묘의 주인공들은 조선 시대 한 사대부 남성의 첫째 부인(구성이씨)과 둘째 부인(여흥이씨)으로 추정된다. 작고 당시의 남편의 관직 품계가 각각 9품, 6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성이씨와 여흥이씨의 묘는 무연고라는 한계점은 있으나, 발굴기관, 복식 전공자, 병리학 연구자 등 전문가에 의해 유물 수습과 보존처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 측은 설명했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복식’에는 총 96건 124점(구성이씨 41건 51점, 여흥이씨 55건 73점)에 달하는 다량의 유물이 포함돼 있다. 이는 임진왜란(1592년) 이전 16세기 중후반 양반 가문 여성의 다양한 복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다. 조선 시대 여성의 염습(시체를 목욕시키고 일체의 의복을 입히는 것) 과정 등 전통 장례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시신의 머리에 쓴 상태로 출토된 ‘가리마’는 기록으로만 전하던 여성용 쓰개(모자)의 착용 방법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치마의 앞부분을 접어서 앞은 짧고 뒤는 길게 만든 ‘전단후장형 쌍스란치마’는 임진왜란 이전 시기에만 확인되는 복식으로 희소성이 높다.
그밖에도 출토 사례가 많지 않은 얼레빗과 참빗, 귀이개, 솔 등이 출토됐다. 수례지의(죽은 이의 묘에 배우자, 형제, 자매 등 가족들의 옷을 넣어주는 풍습에 따라 넣은 옷)로 사용된 액주름, 철릭이 포함되어 있어 동시대 남성 복식의 특징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복식’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