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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모 학대치사' 첫 공판…피고인 측 "고의적 학대 아니다"

손의연 기자I 2019.01.07 16:17:56

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위탁모 아동학대치사사건' 첫 공판
변호인 "폭행과 고의적 학대 없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위탁모 아동학대치사 사건 피해 아동의 유가족들이 시위 중이다. (사진=손의연기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수년간 아동학대를 저지르다가 결국 한 아이를 숨지게 한 30대 위탁모가 첫 공판에서 학대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합의12부(부장 심형섭)는 7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위탁모 아동학대 치사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재판의 피고인 김모(38)씨는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장에 섰다.

김씨는 지난 2016년 생후 18개월된 김모군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로 밀어넣어 피해자에게 14일간 치료를 요하는 2도 화상을 입히고, 지난해 10월엔 생후 6개월 장모양을 욕조물에 밀어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생후 15개월 문모양에게 하루 한끼만 주고 수시로 폭행하고 신체 이상상태를 보였음에도 이를 방치해 숨지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첫 공판기일에서는 검찰의 공소 요지와 변호인의 의견, 증거목록 정리 등이 진행됐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폭행을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학대행위에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지만 아이가 화상을 입은 건 사고였다. 그 사고는 애당초 신고됐을 때도 사고로 처리됐다”며 “욕조에 아이를 밀어넣었다는 혐의도 사실이 아니다. 아이가 욕조 안에서 미끄러졌고 피고인은 아이를 바로 세우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뇌사로 사망한 아이에 대해서도 의사 소견을 보면 외부 충격이라는 의견과 장기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갈린다. 문양의 사망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당황스러워하고 놀랐다”라며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외상의 흔적이 없다. 성인의 힘으로 아이를 때렸으면 즉사하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아이가 욕조에서 쓰러진 이후 동영상까지 찍었다. 그런데도 학대에 고의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의무기록에 대한 자료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고인의 딸 등이 일부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검찰이 지난달 말 제출한 부검 결과서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확인한 후 증거 부동의를 거두겠다”며 “검찰이 피고인의 딸과 어머니를 조사한 후 자신의 가족을 걱정한 피고인이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에는 사망한 문양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유가족은 지난달 14일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위탁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양의 아버지 문모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짐승보다 못한 위탁모에게 맞아 죽은 15개월된 저희딸 얘기좀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지난 4일 이 청원글은 20만 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 조건을 충족했다.

유가족은 “피고인은 아직도 반성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에 감사하다. 위탁모가 마땅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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