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北특급열차 등장…중국 관광객도 내쫓았다

김인경 기자I 2018.03.27 17:49:39

25일밤 단둥서 특급열차 목격…숨가쁜 2박 3일
26일 인민대회당 만찬 후 김일성 묵던 댜오위타이 18호실 숙박
27일 김정은도 방문한 중관춘 본 후 베이징역行
중국, 삼엄한 감시 속 인터넷 검색 차단도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자 공안 당국이 27일 텐안먼 일대를 삼엄하게 통제하고 있다.[AFPBB 제공]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이건 아무리 봐도 국가 원수급 대우입니다.” 중국의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주변과 북한 대표단이 숙박한 영빈관 ‘댜오위타이’는 입구마다 공안들이 깔렸다. 그야말로 철통 감시다. 북한 대표단이 타고 있는 검은색 차량이 움직일 때마다 베이징시는 도로를 통제하고 경찰차와 공안이 이들을 에워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전날(26일)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묵던 댜오위타이 18호에서 투숙했다. 댜오위타이의 모든 출입구엔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보호하기 위한 공안이 배치됐고 200m 밖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 일찍 북한 방문단 중 일부가 댜오위타이 동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이드카의 엄호 속에 이들은 중국의 작은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관춘 일대의 교통이 통제됐고 주중 북한대사관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이 목격됐다. 중관춘은 김정일 위원장이 2011년 방중 당시에도 방문했던 곳이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코스를 그대로 밟은 셈이다. 최고위층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은 정오 무렵 중관춘 일정을 마치고 오후 4시께 베이징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 소식은 이들이 베이징에 도착한 후에야 퍼졌다. 이미 25일 밤 단둥에서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할 당시 탔던 특급열차와 매우 유사한 기차가 북중 접경지대를 통과해 베이징으로 오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중국 외교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일본 매체들이 초록색 차체에 노란 선이 그려진 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한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백두혈통만이 탈 수 있는 북한 특급 열차가 7년 만에 베이징에 왔다는 소식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26일 오후 3시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검은색 자동차를 나눠탄 후 댜오위타이에 들렀고 이후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인민대회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자들이 국빈을 접견하고 만찬을 할 때 사용하는 장소다. 이 자리에서 북한과 중국의 최고위급 지도자는 다음 달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3시간에 걸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온 외신 기자들은 인민대회당을 에워쌌지만 삼엄한 통제 속에 완전히 봉쇄됐다. 북한 대사관 차량으로 보이는 검은색 세단과 미니버스, 구급차 등이 북문 광장에 주차돼 있었지만 중국 공안은 촬영하려는 기자들을 저지하거나 막아섰다. 공안은 아예 톈안먼 광장의 관광객을 쫓아내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국가 원수 수준의 의전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정도라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인터넷도 철저하게 검열했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조선’을 검색하면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특별열차의 사진이나 검은색 세단이 달리는 사진과 영상이 검색됐지만 모두 삭제됐다. ‘김정은 방중설’과 관련된 글 또한 모두 사라진 상태다. 김정은 위원장을 비난하는 용어 ‘진싼팡(김씨네 3대 뚱보)’ 등도 검색을 차단한 상태다.

27일 중국 공안 당국이 북한 최고위급이 숙박한 영빈관 ‘댜오위타이’ 일대의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AFPBB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