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잊을만하면 '목표주가 테러'…외국계 증권사는 왜

김대웅 기자I 2018.01.24 17:07:23

잇단 외국계 ''SELL'' 리포트로 술렁이는 증권가
"반토막 목표주가에 비해 내용 부실" 지적
매도 리포트 이후 외국인 지분율 높인 경우 많아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업의 투자자 뿐 아니라 여의도 금융투자업계도 강하게 성토하며 적잖이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뭐가 잘못됐을까.

최근 일본계 노무라증권에 이어 독일계 도이체방크까지 시가총액 30조원대 기업이자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에 대해 현재 주가 대비 3분의 1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주식시장에 이슈를 몰고 왔다. 잘 나가던 셀트리온 주가는 이같은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에 곤두박질쳤고 코스닥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

노무라증권이 낸 보고서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내용이었고, 도이체방크는 셀트리온의 연구개발비 관련 회계 처리 방식을 문제삼으며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목표주가에 비해 분석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셀트리온의 회계 처리 방식은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고 시장에서 논란이 일단락된 상태였다. 셀트리온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태에서 해묵은 재료를 다시 끄집어내며 강한 매도 의견을 내자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새롭지 않은 이슈를 부각시키며 기업가치를 폄하한 측면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셀트리온 주가가 현재 고평가냐 아니냐를 떠나 주장에 비해 근거가 빈약한 무책임한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이렇자 일각에서는 정황상 공매도로 수익을 내거나 아니면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보고서를 낸 한상희 도이치방크 연구원은 “언론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전했다.

국내 굴지 기업들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목표주가 후려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쇼크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분석 내용이 허술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계 증권사인 CLSA는 지난해 7월 삼성에스디에스(018260)에 대해 실적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비싸다며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반토막 수준인 1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충격에 삼성에스디에스 주가는 하룻새 9%나 급전직하했다. 한 차례 쇼크를 겪은 뒤 삼성에스디에스 주가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 속에 10월부터 상승 랠리를 재가동해 현재 26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그 사이 외국인 투자자는 저렴해진 삼성에스디에스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 지분율을 높였다.

CLSA는 이 즈음 엔씨소프트(036570)에 대해서도 혹평하며 당시 40만원이던 주가에 대해 목표주가 25만원을 제시하며 ‘팔라’는 의견을 냈다. 단기 충격을 한차례 겪은 뒤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는 리니지M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달 50만원 부근까지 올랐다. 공교롭게도 그 사이 외국인 지분율은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외국계 증권사의 공격적인 매도 보고서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는 분위기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휘둘리는 사대주의적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이켜 보면 2010년 11월 11일 옵션쇼크 사건도 외국계인 도이체가 부당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일으킨 초대형 불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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