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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부녀 재심 무죄에…檢, 상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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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기자I 2025.11.04 10:30:00

광주고법 재심서 무죄 선고…16년만에 누명 벗어
法, 검찰 위법수사 인정…"유도신문으로 진술 받아"
대검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가족과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재심 재판을 받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부녀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은 4일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지난달 28일 광주고법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버지 A씨(75)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딸 B씨(41)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들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주민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자 중에는 A씨의 아내이자 B씨의 어머니인 C씨가 포함됐다. 당시 ‘이들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족에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 발표로 국민 공분을 사며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1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3월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피고인들은 지난 2022년 1월 ‘검찰의 위법·강압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담당한 광주고법도 검찰의 위법 수사를 인정했다. 검찰이 ‘추측’만으로 피고인을 압박해 피고인의 범행 자백과 범행 동기는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심 재판부는 “검찰은 공모나 살인 범행에 대한 객관적 사정이 없었음에도 단순한 의심만으로 이를 집중 추궁했다”며 “경계선 지능에 있는 B씨와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글을 읽지 못하는 A씨에게 유도신문에 해당하는 질문을 반복하고 답변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도 검찰이 예단을 가지고 질문과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결박되는 등 현저히 불안한 상태에서 아버지와의 공모를 인정했기에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범행 후 정황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막걸리 구매 등 범행 방법, 범행 동기, 범행 가능성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검은 “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자백 진술을 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대검은 “오랜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은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절차 및 명예회복 조치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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