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층룰 폐지·15층룰은 선택적 해제
3일 서울시는 디지털 대전환시대 미래공간전략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향후 20년 서울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한강변 스카이라인 제약으로 작용했던 35층룰을 폐지한다고 언급했다.
시는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유연하고 정성적인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한다. 용적률은 그대로다. 동일한 밀도 하에서 높고 낮은 건물이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도록 했다. 슬림한 건물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강 등 경관 조망을 위한 통경축이 확보되고 개방감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5층룰이 폐지됐다고 해서 한강변 첫 동에 적용했던 ‘15층룰’도 없어진 것은 아니다. 15층룰은 신속통합기획(신통) 정비사업을 통해 지역특성에 맞게 단지별로 선택적 완화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한강변은 기존에 있었던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배치하다 보면 한강에 연접해 있는 동보다 뒤에 있는 동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35층룰 폐지가 집값을 자극해 재건축 시장이 다시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용적률은 그대로 두고 높이 규제만 완화한 것은 전체 건축물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건물을 좀 더 슬림화하는 외형이 변하는 것이지 토지 가치가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집값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49층·68층 등 설계안 수정 잇따를듯
재건축 시장은 층고 제한을 풀어준 데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이나 한 듯 층고 제한을 이미 푼 설계안을 내놓은 단지도 있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장은 “35층으로 제한된 층고제한을 푼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주민들 모두가 환영하고 있으며 압구정3구역도 지구단위계획이 얼른 확정 고시돼 재건축사업에 진척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은 6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1~5구역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3구역은 2019년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공개했고 최근 2구역도 49층 높이의 설계안을 공개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기존에 포기했던 49층안을 재검토하고 시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을 수정해 다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정희 은마 재건축추진위원장 단독 후보는 “주민들이 전체적으로 35층룰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라며 “은마는 이번 2040플랜에 맞춰 신속히 기존 계획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서울시와 소유자 모두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서울시에서 인가받은 35층 설계안 외 ‘68층 설계안’도 제시했다.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GS건설이 규제가 풀릴 것을 전제로 만든 설계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절대적인 수치기준으로 작용했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증가한다면 한강변과 역세권 일대 스카이라인의 다변화와 사업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에 맞는 용도지역 변경이나 종상향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개혁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보다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을 묶어두고 층수 규제만 없애는 것은 주거 환경면에서는 나은 여건을 제공하지만 사업성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용적률을 더 늘리고 반대급부인 기부채납에 대해서는 토지나 임대가 아닌 현금도 고려해 선택지를 넓히는 등 사업성을 개선해 주는 방안이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