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 침공' 현실화…동국대 합격권, 고대 인문계열 합격…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모의고사가 실시된 지난해 9월 1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응시생들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상 첫 문·이과 통합 시험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 이후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현실화하고 있다. 수학 과목에서 문·이과 칸막이를 없앤 탓에 이과생이 표준점수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 지원자 4명 중 1명은 자연계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자연계 수험생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교차지원한 비율이 급상승했다.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이과생 비율은 2021학년도 5%에서 2022학년도 27.04%로 급증했다. 인문계 모집단위 지원자 4명 중 1명은 이과생이란 의미다. 고려대·연세대 인문계 지원자 중에선 무려 45.9%가 이과생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됐다. 수학의 경우 공통과목 문항이 22개, 선택과목이 8개다. 학생들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을 푼 뒤 본인 선택에 따라 8개 문항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과목을 응시하게 된다.

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수험생들의 원점수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수능에서 ‘문과생 불리’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생들의 표준점수가 하향 조정되는 탓이다.

이과생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상향 지원, 합격한 사례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동국대 자연계 합격권에 포함된 수험생이 고려대 인문계열, 서강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사례가 나왔다. 숭실대 자연계열 합격권은 연세대 경제학부, 경희대 무역학과 등에 합격했다. 마찬가지로 경희대·건국대 자연계 지원 가능 학생이 교차지원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수능 첫해 자연계열 학과는 수학 고득점자 양산으로 합격선이 올라간 반면 인문계열은 수학점수 하락으로 합격선이 낮아졌다”며 “이과에서 문과 교차 지원 시 합격 대학 수준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으며 실제 합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02학년도 정시 자연계→인문계 교차지원 합격사례(자료: 종로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