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초기", 이틀 만에 "마무리"…5천만회분으로 내년 가능할까

박경훈 기자I 2021.08.04 17:24:55

"백신 도입 마무리 단계, mRNA 중심 5000만회분"
선진국 싹쓸이 상황서 내년 백신 수급 '국민 불안'↑
확보 물량도 변이 계속 출몰하면 부족할 수밖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방역당국이 내년도 코로나19 백신 계약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계약을 진전시킨 것으로 읽힌다. 방역당국이 확보한 추가 접종(부스터 샷) 5000만회분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그래도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5월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사진=연합뉴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내년도 백신 도입 계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 통제관은 도입물량과 관련,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중심으로 지금 전 국민이 1회 접종하는 양”이라며 “대략 5000만회분 정도”라고 말했다. mRNA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사의 백신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 볼 점은 지난 2일 만해도 방역당국은 ‘계약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불과 이틀 만에 초기 단계에서 마무리 단계로 급진전한 셈이다. 방역당국은 “구체적인 사항은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역당국의 발표는 ‘내년도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최근 여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mRNA 백신을 쓸어담듯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구 3억 3000만명의 미국은 모더나와 9억회분, 화이자와는 10억회분 물량을 계약했다. 인구 5억명의 유럽연합(EU) 역시 모더나와는 5억 4000만회분, 화이자와는 24억 5000만회분의 물량을 계약했다. 올해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포석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올해 백신 수급도 정확히 담보 못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백신 수급까지 확정하지 못해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방역당국의 발표대로 5000만회분 도입계약이 마무리되도 물량부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이 통제관은 “학령기를 제외한 6세 미만 아동을 빼게 되면 5000만명”이라며 “부스터 샷 같은 경우에는 1번만 맞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다. 당장 변이 바이러스부터 문제다. 알파부터 시작해 델타, 델타 플러스까지 나온 상황에서 내년 추가 1회 접종으로 새로 출몰할지도 모를 또다른 변이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간 누적해서 맞아온 일반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접종을 시작한 것”이라며 “최소한 내년까지는 접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최소 국민의 1.5배(8000만회분)은 계약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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