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동해 및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한 전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전화도 받지 않았다. 전날의 경우 한때 불통이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기 통화와 달리 군 통신선과 함정간 통신은 정상적으로 가동됐었다. 북측이 이날부터 남북 간 연락선을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서해지구의 경우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함께 단절된 이후 2년여만인 지난 2018년 7월에 재개됐다. 동해지구 역시 2010년 11월 산불로 완전히 소실된 이후 8년여만인 2018년 8월에 완전 복구됐다. 군 통신선과 함정간 핫라인 복구 이후 정기적인 전화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통신선은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비무장지대(DMZ) 내 산불 발생 등 위급한 상황에서 연락 창구로도 활용된다. 북측이 예고한 대로 군 통신선 단절로 남북한 군 당국간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경우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이날 남한 전체를 ‘적’(敵)으로 규정하면서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며 재차 9.19 군사합의 파기 의지를 내비쳤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와 전방지역에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5일에도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한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다음 조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언급한 3가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그리고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3000톤급 잠수함 진수식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할 것”이라고는 엄포를 놨다. 북·미 및 남북 관계 교착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 측 GP에 대한 총격 도발과 대북전단 살포 시비 등 일련의 수순은 이같은 ‘충격적 행동’에 돌입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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