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은 오만”..美의 北 새협상팀 띄우기

김영환 기자I 2019.07.03 16:44:28

美WP “김영철은 속을 알 수 없고 오만” 前협상팀 수장 비판
리용호·최선희 등 외무성 라인에 대한 기대감 내비치는 듯
비건-최선희 라인은 구면..北 역시 비건에 대해서는 호의적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미가 판문점 회동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하면서 실무협상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이전 북측 대미 협상팀 수장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김 부위원장에 대해 “협상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역설적으로 새 협상팀에 대한 기대가 엿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보좌관들과의 회동에서 ‘속을 알 수 없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오랜 매파’”라고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1차·2차 북미 정상회담을 최일선에서 이뤄낸 장본인이다.

북미는 그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회동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성공한 ‘큰틀에서의 비핵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비핵화의 입구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베트남 하노이 결렬을 통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여러차례 미국에 협상 책임자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을 정조준해 “인간 오작품”과 같은 거친 언사로 힐난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실무 협상 책임자를 폼페이오 장관으로 못박았던 것과 온도차가 큰 대목이다.

새롭게 시작될 실무협상을 맞아 북한이 먼저 대미 협상팀을 외무성으로 교체하면서 유의미한 변화가 기대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3일 “리용호·최선희 등 외무성 대미 협상라인이 참여할 것”이라며 “향후 재개되는 북미간 실무협상은 외무성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P는 “‘새로운 피’가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하노이 결렬 직후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북한 정권에서는 이례적이었던 하노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 기간 트위터를 통해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타진했을 때도 최 부상이 “흥미있는 제안”이라는 담화문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 노릇을 했다.

새로운 실무협상단에 얼마만큼의 권한이 주어졌는지가 관건이라고 볼 때 리 외무상이나 최 부상은 김 부위원장과 엇비슷한 수준의 권한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한 것은 리 외무상이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3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최 부상은 국무위원회 위원 주석단 1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북한이 미국측 실무 협상자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유지하고 있어 새 협상팀의 상견례를 앞둔 현재까지는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앞서도 여러 차례 협상에서 마주했던 경험이 있다.

WP는 “최 부상은 비핵화 의제에 대해 미 당국자들과 다년간 일한 경험을 갖춘 노련한 외교관”이라면서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으로 내보인 궁합이 실무협상에 부재했던 협력의 정신을 이끌어내기를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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