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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한국GM 회생 ‘원가’가 관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GM의 회생 가능성은 원가 구조에 달려 있다고 본다”며 “원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실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산은은 삼일회계법인을 한국GM 실사 기관으로 선정하고 GM 측과 구체적인 실사 범위와 방법 등을 협의하고 있다. 실사는 이르면 이번주부터 한 달가량 진행할 예정이다. GM 측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한국GM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이 회사 지분 17.02%를 보유한 주주인 산은이 구체적인 경영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산은은 특히 이번 실사를 통해 한국GM의 원가 구조를 집중해서 살필 방침이다. GM 본사가 한국GM의 제조 원가를 고의로 높여 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이익은 본사가 독식한 것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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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GM의 매출 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2016년 평균 93.8%에 달했다. 100만원짜리 차 한 대를 팔면서 93만 8000원을 제조 원가로 썼다는 뜻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GM 매출 원가율(85.3%)이나 GM 전체 자동차 부문 원가율(88.7%)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특히 지 의원은 한국GM의 원가율 상승 시기에 당기순이익이 곤두박질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GM의 매출 원가율은 2013년 86.7%에서 2014년 91.9%, 2015년 96.5%로 치솟았다. 반면 이 회사 순이익은 2013년 1010억원 흑자에서 2014년 3534억원 적자, 2015년 9868억원 적자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 의원은 “한국GM이 2조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14~2016년에 미국 GM의 매출 원가율을 적용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이익으로 전환돼 한국GM은 약 1조원의 이익을 내는 건전한 흑자 기업으로 바뀐다”면서 “결국 한국GM은 미국 GM 본사의 불리한 이전 가격 정책으로 이익이 나는 건실한 기업에서 자본 잠식에 빠진 파산 기업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 원자재 등을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팔거나 구매 단가를 후려쳐 고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얘기다.
◇금감원·국세청·공정위도 조사 착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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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국세청 등 금융·과세 당국도 실사와 별개로 한국GM의 원가 구조 조사에 뛰어들 모양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GM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만나서 자료를 정리 중”이라며 “결과를 보고 전향적으로 감리가 필요하다면 금융위원회에 요청해서 바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작년 말에도 GM CFO로부터 한국GM 회계 자료를 받아 2주 정도 점검을 했으나 이 회사 회계 처리에 이상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공식 요청해 특별 감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의 경우 비상장 법인인 까닭에 금감원이 직접 회계 감리를 하려면 증선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증선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감독원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GM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국세청과 논의해 GM의 이전 가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겠느냐”는 지상욱 의원 질문에 “국세청에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전 가격(transfer price)은 기업이 해외 자회사와 원재료 또는 제품 등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국세청이 높은 원가율 문제를 계기로 한국GM과 GM 본사를 대상으로 이전 가격 세무 조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GM은 2013년 정기 세무조사 때도 추징금 273억원을 낸 바 있다. 통상 4~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국세청이 올해 이 회사 세무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최근 한국GM이 납품받은 자동차 부품을 반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도급법 위반인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조처의 실효성이다. 통상 기업 실사는 3~4개월이 걸리는데 한국GM 실사의 경우 정부가 한 달로 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한 만큼 시간 자체가 충분치 않다. 한국GM과 GM 본사가 과거처럼 자료 제출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또 전방위적 GM 압박 움직임이 자칫 한·미 간 통상 문제 등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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