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가상자산을 더 이상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기업이나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FASB는 가상자산에 투자한 기업들의 회계 처리에 공정가치회계를 적용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FASB는 올 연말 이전에 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FASB는 가상자산 문제를 다루길 거부하면서 수년 간 회계처리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 10월에 규정 마련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늘자 지난 5월 입장을 바꿔 디지털 자산의 회계 처리와 공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결했었다.
실제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구체적인 회계 처리 기준이 없다 보니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가상자산 투자에 어려움을 느꼈고, 몇몇 기업들이 FASB 측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비롯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지급결제업체인 블록(옛 스퀘어) 등 다수 기업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을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이 경우 가상자산을 가진 기업은 1년에 한 번 자산 가치를 확인해 가치가 매입가 이하로 떨어지면 그 만큼 손상차손으로 처리한다.
이 때 손상차손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가상자산 가치가 상승해도 상승분을 회계에 반영할 수 없다. 매도한 경우에만 처분 이익을 인식할 수 있다. 가상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AICPA의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다.
기업들은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재무상태나 영업성과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대신 공정가치회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정가치회계에선 기업들이 시장가격에 따라 손익을 즉시 인식하고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취급한다.
이에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마이클 세일러 이사회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WSJ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번 FASB의 공정가치회계 적용 지침은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에 본격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 줄 중대한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