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9078가구로 2008년(5만7379가구)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0년에만 14.24%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114가 2002년부터 시세를 집계한 이래 2번째(2015년 15.60% 상승)로 높은 상승폭이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진통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보다 높아진 정비사업 비중과 거주요건 강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013년과 2014년의 경우 서울에서도 강남보금자리와 위례신도시, 마곡지구 등의 택지개발지구(도시개발지구)가 입주하며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입주물량 비중이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의 입주물량은 정비사업 비중이 80% 수준에 육박한다. 정비사업의 경우 기존 조합원이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을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일반 가구에 돌아가는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양도세 면제를 위한 2년거주, 주택담보대출 시 직접 거주 등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더 적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되며 전월세가격을 추가로 자극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분기부터 급감한다. 2021년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1만1140가구가 입주하지만 △2분기(5659가구) △3분기(7938가구) △4분기(4919가구) 등 눈에 띄게 물량이 준다.
윤 수석연구원은 “입주물량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전세가격은 당분간 구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2년 단위로 이어지는 전세계약을 고려할 때 봄 이사철에 작년 급등했던 전세가격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든, 적든 전세가격은 임대차2법 시행 이후 1년이 지나가는 올해까지는 과도기적 상승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