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미투 폭로' 가세연, 명예훼손 무혐의…"표현의 자유"

김보겸 기자I 2020.06.29 16:43:17

경찰, 지난 19일 ''명훼'' 가세연 불기소처분
"성추행 단정짓지 않아…단정적 표현 아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의혹을 폭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9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가세연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 대해 증거불충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9일 밝혔다.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일 오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부산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다시 경찰서로 이동하고 있다. 병원 진료 결과 오 전 시장은 혈압이 좀 높은 상태였지만 몸에 큰 이상은 없었고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미투’ 언급에 오거돈 발끈…명예훼손 고소에 법원 가처분신청도

이들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에서 오 전 시장을 둘러싼 ‘미투’ 의혹을 언급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오 전 시장이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으며 당선된 후에는 시청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오 전 시장은 “선거로 선출된 350만 시민의 대표인 부산시장을 허위사실로 비방하고 음해한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며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조사도 하지 않고 허위내용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부산지방경찰청에 이들을 고소했다.

또한 부산지방법원에 ‘가세연 유튜브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가처분신청도 했지만 기각됐다. 미투 의혹을 다룬 동영상을 당장 삭제하지 않으면 오 전 시장 측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등장했다. 지난 4월 7일 피해 여성 A씨는 “4월 둘째 주 오 전 시장의 집무실에서 심각한 추행을 당했다”며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신고했다. A씨는 “업무시간 초 처음으로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명백한 성범죄”라고 폭로하며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날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의혹을 인정한다며 부산시장직에서 내려왔다.

◇경찰 “공인에 대한 표현은 폭넓게 인정…단정적 표현도 아냐”

경찰이 가세연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가세연이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투 의혹이 있다는 발언만으로는 성추행이 있었다고 단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현 자체가 두루뭉술하고 단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전 시장이 실제로 성추행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미투 폭로와 별개로 가세연이 제기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성추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이 공인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공인을 향한 표현에 대해서는 폭넓게 자유를 인정하는 판례를 고려해 불기소 의견을 달았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한편 부산 경찰은 가세연이 제기한 지난 2018년 성추행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포함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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