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해임건의안으로 촉발된 여야 갈등이 결국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파행으로 이어졌다. 나라안팎에서 조여드는 경제위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는 벼랑끝 전술을 펼치면서 타협없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대화도 거부한 채 ‘배수진’을 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야당 또한 숫적 우위를 내세워 힘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협치를 강조하며 첫 발을 내딛은 20대 국회지만, 여야의 극한대치로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6일 국회는 당초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12개 상임위원회에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전날(25일)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이 끝내 국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반쪽 국감’으로 전락했다.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국방위·안전행정위·정무위의 경우 아예 개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야당 소속 의원이 사회권을 쥐고 있는 상임위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국감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반쪽 국감보다는 새누리당 설득해 들어올 수 있도록 국감 일정을 2~3일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갈등 해결의 의지를 보였지만 우 원내대표가 난색을 표하며 무산됐다. 국민의당 소속 위원장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경우 28일로 일정을 연기했지만 더민주는 예정대로 국감을 강행하며 협상의 싹을 잘라버렸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과의 대화조차 거부한 채 오로지 ‘의장 사퇴’만을 요구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제안한 3당 원내대표 회담도 거부했다.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이정현 대표 또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초강공모드로 돌입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기서 물러나면 끝장이라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밀릴 경우 남은 집권기간 내내 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했다.
야당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논란 등을 비롯해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여소야대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간 강대강 대치 국면이 심화되면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여야는 네탓 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은) 더민주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면서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더민주 2중대 노릇을 하려면 차라리 합병하라”고 힐난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중립성을 위반한 발언이 아니라 극한의 대치를 막기 위해 의장이 중재자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정 의장을 옹호했다. 이어 “어떤 이유로도 국감을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