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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딥페이크 음란물 취약국 1위…"피해자 99% 여성"

양지윤 기자I 2024.08.29 19:36:28

딥페이크 음란물 등장 개인 절반은 한국인
성착취물 피해 94% 연예인
WSJ "한국, 가짜 음란물 중심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최근 국내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면서 당국이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전 세계적에 유포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주관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를 인용,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비메오·데일리모션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9만5820건의 영상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로 많은 미국인은 20%로 나타났고, 일본 10%, 영국 6%, 중국 3%, 인도와 대만 각각 2%, 이스라엘 1% 순이었다.

특히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에서 가장 많이 표적이 되는 나라”라며 “딥페이크는 엔터테인먼트, 정치, 허위 정보 유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노골적인 콘텐츠가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음란물의 주요 표적이 된 10명 중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위와 9위가 한국 가수였으며 8위는 태국 가수, 10위는 영국 배우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1595건에 등장했다. 총 조회수는 무려 561 회에 달했다. 또 다른 한국 가수는 1238건의 성착취물에 표적이 됐고, 조회수는 386만5000회를 기록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99%는 여성, 94%는 연예계 종사자였다. 보고서는 딥페이크 영상의 98%가 음란물이었으며, 2022년의 3725건에서 2023년에는 2만1019건으로 464% 급증했다고 밝혔다.

시큐리티 히어로는 보고서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은 특정 그룹의 개인이 조작적이고 악의적인 목적에 따라 표적이 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유명 인사들이 딥페이크 창작자들의 시도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WSJ은 한국 정부의 딥페이크 음란물 단속 강화 움직임과 함께 보고서 내용을 전하며 “가짜 음란물을 생성, 유포하는 텔레그램 기반 네트워크의 적발 사례는 한국이 이 문제의 중심지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WSJ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가 7월까지 발표한 통계를 인용, 올해 6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가짜 포르노 이미지의 삭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총 7000여 건에 이미 근접한 수치다.

또한 한국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가짜 누드를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약 300명 중 약 70%가 10대였다고 전했다.



딥페이크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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