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장기금리 1% 넘어도 용인"…대규모 완화 틀은 유지(종합)

방성훈 기자I 2023.10.31 16:57:39

BOJ, 30~31일 통화정책회의…석달만에 YCC 또 수정
우에다 "억누르면 부작용 커질수 있어…유연성 강화"
시장 "기대 못미쳐…사실상 대규모 완화 유지" 실망
달러·엔, BOJ 발표 직후 150엔대 재진입…엔저 가속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이 대표적인 양적완화(QE) 정책인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3개월 만에 또 수정했다. 대규모 금융 완화의 큰 틀은 유지하되, 장기금리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일정 부분 용인하기로 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에 재진입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대규모 완화 틀 유지해 시장 ‘실망’…달러·엔 150엔 재진입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BOJ는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초과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등 대규모 완화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정책 역시 변경하지 않았다.

이날 BOJ의 정책 변경은 지난 7월 말 회의에서 YCC를 수정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BOJ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변동폭 상한인 0.5%를 초과해도 1%를 넘지 않으면 무제한 매입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날은 변동폭 상한을 0.5%에서 1%로 높이고 1% 초과시에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1% 초과시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YCC 정책 운용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장기금리를 1% 이하로 강하게 억누르면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 초과시 허용 폭과 관련해선 “상한을 정했다가 근접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며 “장기금리 수준, 변동 폭, 속도 등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벌어진 것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도 꾸준히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0.890%까지 치솟은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0.955%까지 뛰었다. 201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1%에 바짝 다가섰다.

엔화 가치 역시 금리 격차가 확대하며 달러당 150엔을 수차례 넘어서는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에다 총재는 “정부와 긴밀히 연계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이 물가 전망을 크게 바꾸는 경우에는 정책 변경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 이날 BOJ 발표 직전인 정오까지만 해도 달러·엔 환율은 149.42~149.46엔 사이에서 움직이며 강세 흐름을 보였으나, BOJ 발표 직후엔 150엔대에 재진입해 엔저가 가속화했다.

닛케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전략가는 “장기금리 1%를 조금 넘는 것을 용인한 것 외에 실질적으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금융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며 “사실상 완화 유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긴축 전환을) 경계하고 있던 시장 참가자들이 적지 않아 시장이 엔저 방향으로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내년 물가 전망 상향…출구전략 본격화하나

BOJ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를 발표하고,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각각 2.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전망치 2.5%, 1.9%에서 각각 0.3%포인트, 0.9%포인트 높인 것이다. 2025년 전망치도 1.6%에서 1.7%로 올렸다. BOJ는 “국제유가 상승, 엔화 약세로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수입물가 상승이 둔화될 것으로 봤지만,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을 웃돌면서 물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3%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3%에 근접하는 등 BOJ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3년 연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BOJ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YCC 정책 폐기를 본격 검토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2% 물가 목표 달성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며 “내년 봄 노사 임금 협상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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