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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니다"지만 짙어진 `S의 공포`…어깨 무거운 尹경제팀

임애신 기자I 2022.05.03 16:08:56

1분기 경제 0.7% 성장…물가는 3.8% 껑충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 3.1% 하향 조정할 듯
전쟁 등 대외 변수 영향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서민물가 안정 최우선"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도 전에 전 세계가 높은 물가와 경기 둔화에 떨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빈대떡 매장에서 시민들이 빈대떡을 먹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분기 우리 경제가 0%대 성장률로 주저 앉은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5% 가까이 껑충 뛰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현상) 공포가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고 신냉전 체제로 대변되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과거와 같은 저물가 시대로의 회귀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물가 두 달 연속 4%대…의식주 다 올랐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4.1%)에 이어 4월(4.8%)까지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했다. 3% 이상 상승 폭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지속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4월에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4.6%), 의류 및 신발(1.8%), 농축수산물(1.9%), 가공식품(7.2%), 집세(2.0%), 외식(6.6%), 전기·가스·수도(6.8%) 교통(13.8%) 등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물가가 상승했다. 이 같은 고(高)물가는 아직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서민과 자영업자, 사회적 취약계층에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료=통계청)


이는 세계 공급망 차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가 회복되는 상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유동성과 저금리 문제도 기저에 깔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류와 곡물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대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8.8% 높아졌다. 그만큼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 생활물가 안정은 어느 현안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며 “현 경제팀은 물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분기 0.7% 성장…어깨 무거운 새 정부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경제 회복세는 미약하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7%에 그쳤다. 수출이 성장을 지탱했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가 뒷걸음친 영향이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로 제시한 3.1%와 차이가 커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내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물가 상승률은 4.0%로 0.9%포인트 높였다. 성장률 둔화 속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셈이다.

앞으로 경기가 반등하려면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이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야 한다. 하반기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 등 공급 측 변수가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호재이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덕에 일부 소비가 살아날 수 있겠지만, 높은 가계부채와 더딘 소득 개선,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올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소득 및 자산 과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확충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 속에서 이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우리 경제가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서민물가 안정은 우리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며 물가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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