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매년 지출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을 활용해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와 전차·장갑차 등의 무기체계를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이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기와 헬기는 약 200여 대 수준이다. 이에 더해 200여대의 전차와 장갑차, 50여문의 야포 및 다련장(MLRS)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이들 장비의 정비유지보수는 미 본토에서 이뤄진다. 주한미군의 항공기만 1년에 약 30여대 엔진 창정비 소요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운용 무기체계를 국내에서 정비할 수 있게 되면 미군 자산의 가동률 향상과 미 본토 수송비 절감 등이 기대된다. 그에 따른 정비 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전력 공백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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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위비분담금이 이같은 사업 외에 유용돼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방위비분담금의 절반 가까이를 인건비로 소진하고 있지만,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행 내역에 대한 감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과거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집행금 9079억원이 미국 은행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측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더해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으로 지난 해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전력 시설 보완 공사에 1800만 달러(약 242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2014~2018년 매년 평균 191억원 가량이 주일미군 소속의 F-15 전투기나 HH-60 헬기 등 항공기 정비에 사용돼 논란이 됐다. 2019년에도 134억원이 주일미군 장비 유지보수에 투입됐다.
주한미군 운용 무기체계를 국내에서 정비할 수 있도록 해 방위비분담금의 효율적 집행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방위비분담금은 지난 2021년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따라 당시 1조1833억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5년간 매년 국방비 인상률만큼 올리기로 해 올해 방위비분담금은 1조2774억원으로 추산된다.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3년 한국에서 미군 항공기 기체 정비만 했을 때도 방위비분담금에서 정비비 800억원 중 약 22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 업체는 지난해까지 약 9700대의 항공기 창정비 실적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을 활용한 주한미군 무기체계 국내 정비는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의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