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판교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서 제13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AI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AI반도체란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고속화하고 소비전력 효율을 최적화한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이다. 학습과 추론 등 AI 구현에 요구되는 대규모 데이터처리를 위한 기존 반도체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성능·저전력 기술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AI반도체 글로벌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10년간 6배 성장해 총 117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D램과 달리 AI반도체는 아직 초기 시장이어서 절대적 강자가 없다. AI 연산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GPU(그래픽프로세서 유닛)로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애초 그래픽 처리용으로 개발됐지만 쓰임새가 AI 연산과 유사해 발열이나 전력소모가 심함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AI반도체 핵심인 NPU(신경망처리장치)도 서버용이나 모바일AP에 적용하고 있는데 점차 사물인터넷(IoT)나 가전, 자동차 반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IT공룡인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도 앞다퉈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D램에 비해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경쟁력은 약하다. 민관이 합동으로 생태계를 꾸려서 AI반도체 육성에 나서는 이유다.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이 AI반도체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고급인재 3000명을 위한 2대 추진전략·6대 실행과제를 마련했다.
정부는 AI반도체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1사1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스템반도체는 공급도 중요하지만 수요기업들이 주문 생산에 나서줘야 한다.
출연연 중심으로 자동차, IoT, 통신, 바이오, 로봇 등 시제품 테스트를 지원해 2030년까지 수요 맞춤형 AI칩 50종을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AI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와 특허를 갖고 있는 IP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를 지원한다.
아울러 디지털뉴딜로 추진하는 AI·데이터댐 인프라에도 AI반도체를 시범 도입해 초기 시장 수요 창출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AI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뉴딜펀드 자금도 활용하기도 했다. 이미 조성된 반도체 펀드도 활용해 AI반도체 기업의 R&D, M&A 등에 700억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지능형메모리반도체로 불리는 PIM 반도체 초격차 기술에도 도전한다. PIM반도체는 D메모리에 AI특화연산 기능을 적용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반도체다. 세계 1위 D램 메모리 역량을 활용해 저장과 연산을 통합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뛰어난 인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선도대학 육성으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고급인력을 3000명 양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함께 정부가 3000억원의 예산을 조성해 인재 육성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반도체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이자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핵심성장 엔진”이라며 “난해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수립 1년만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AI 반도체 전략을 수립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성 장관은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AI 반도체 신격차를 창출해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