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마스크 유통을 공적 영역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일차적 접근법을 견지하기보다는 우수한 유통망을 지닌 편의점, 마트 등을 이용해 마스크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마스크 긴급 수급 조정조치를 발동했다. 마스크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골자다. 현재 공적판매처로 지정된 곳은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및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및 중소기업유통센터, 기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판매처다. 일반 판매처 중에서는 약국이 공적판매처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공적판매처에서 제외된 편의점의 마스크 수급 물량이 전주 대비 급감했다. GS25의 지난주 금요일(28일)의 마스크 수급량은 전주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CU의 마스크 수급량 또한 지난주 목요일(27일) 전주의 25%에 불과했다. CU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 봤을 때 이번 주 목요일 기준 수급량은 지지난주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게 불가능해진 셈이다.
온라인몰에 주문한 마스크가 갑작스레 강제 취소되는 경우도 이어졌다. 티몬에 입점한 마스크 판매 업체 어게인2007은 주문이 들어온 KF94 및 KF80 마스크를 대량 취소했다. 2일 오전 기준 판매자 주문취소율은 약 64% 수준이다. 이 업체의 대표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정부 조치 발표 후 배송을 강제 취소했다는 점에서 정부 방침의 마스크 수급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로 외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응암동에 거주하는 유모씨(52·남)씨는 “토요일 약국에 마스크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전 일찍 나섰지만 동네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연신내까지 넘어왔다”면서 “약국이나 하나로마트는 편의점보다 찾기도 어려운데 왜 그곳에서만 마스크를 우선 판매한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하나로마트의 경우 도서 및 농촌지역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칫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 약국의 경우 주말에 영업을 하지 않는데다 병원 인근에 분포하는 특성상 편의점에 비해서 접근성이 한참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공적 판매처인 공영홈쇼핑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물량이 확보되면 게릴라 편성해 판매하는 방식이라 마스크를 구매하려면 하루 종일 TV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및 노년층을 배려해 모바일·온라인 판매 없이 전화 주문만 받고 있어 주문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적판매처를 통한 마스크 수급 조정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나서 유통량을 조절하는 것은 효과가 적을 뿐 아니라 외려 민간 유통망에 마스크 부족 현상을 야기해 시민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접근성이 높은 마트나 편의점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마스크 구입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을 위해 일부 마스크를 무료로 배분해 주는 정도를 넘어 정부가 특정 품목의 유통 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면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촉진시키고 일부 업자들의 매점매석을 단속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수급 논란이 거세지자 뒤늦게 공적판매처에 편의점을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이 보다 쉽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현재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