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트럼프가고용안정 및 경기부양 등을 위해 내세우는 대규모 재정지출 및 금융규제 완화 계획 등 이른바 `트럼포노믹스` 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고용시장 개선.. 트럼프 재정지출 필요없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약 1년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결정은 분명히 미국 경제의 진전에 대한 자신감과 그런 진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미국 경제가 탄력적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경제가 최대 고용 달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재정지출 확대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고용시장 여건이 더 강화되고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완전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정책은 명백하게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내가 트럼프 행정부와 새 의회에 적절한 정책에 대해 어떠한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옐런 의장이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1조달러(1168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도드-프랭크법에 대한 트럼프의 폐기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있다. 그는 “도드-프랭크법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같은 위기의 재발을 막고 금융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소규모 기관이나 은행에 대해 규제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년 임기 채울 것”.. 재임명은 안될듯
옐런은 그러면서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정확하게 알 때까지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통화정책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CNN머니는 옐런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인 옐런은 트럼프 때문에 움츠려들지 않는다”며 “그녀가 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로 금융규제 완화 등을 내세운 트럼포노믹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또한 이날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2%에서 2.1%로 상향하는데 그쳤다. 트럼프가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4%대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한데 대해 보수적인 스탠스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트럼프와 옐런 의장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오른 뒤 연준의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하면서 각을 세웠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대선 캠페인 당시 옐런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돕기 위해 연준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거나 올리더라도 아주 소폭만 올리고,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준금리 인상 책임을 떠맡기려고 하고 있다“ 지적하며 “연준이 독립기관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인물이 연준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옐런은 이에 대해 이날 “임기 4년을 다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다. 트럼프는 옐런 이후 공화당 성향 인물을 연준 의장으로 앉히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