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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태원에 손 들어줬다.."노태우 비자금은 재산분할 대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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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5.10.16 15:46:49

대법 "300억 비자금 불법원인급여…법 보호 밖"
"최 회장 친인척 증여 재산, SK 경영권 위한 판단"
2심 '崔 65% Vs 盧 35%' 비율 대폭 조정될 듯

[이데일리 백주아 최오현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재산분할 소송에서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노 관장 주장대로 그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 전신인 선경그룹에 불법 비자금 300억원을 지원한 것을 ‘재산 기여’라고 본 원심은 민법이 규정한 불법원인급여와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최 회장이 친인척에게 증여 등으로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최초의 법리도 나왔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12월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의 최대 쟁점이었던 1조 3808억원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액수와 관련해 “원심은 기여도 평가에 있어 참작해서는 안 될 노태우의 금전 지원 사실을 함께 고려했고 전체 분할대상 재산에서 최태원 명의 SK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재산분할 비율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2017년 시작됐다. 최 회장은 그해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성립되지 않아 2018년 2월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는 대신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1297만 5472주의 절반 수준인 648만 7736주의 분할을 요구하는 반소(맞소송)를 2019년 2월 제기했다. 이는 현재 SK 전체 주식에 8.9%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가총액 기준 약1조 412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법 “불법적 ‘노태우 비자금’ 법적 보호 필요없어”

우선 대법원은 가장 쟁점이 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을 선경그룹에 불법 지원한 게 사실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불법원인급여로 판단, 재산 분할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봤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억’ 관련 메모와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항소심은 노태우의 금전 지원 사실을 원고 명의 SK 주식회사 주식 및 원고의 상속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증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1991년경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를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뚜렷해 법의 보호영역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피고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해도 불법성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즉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崔 친인척 미리 증여 SK주식, 재산분할 대상 아냐”

대법원은 아울러 최 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친인척 등에 증여한 SK와 SK C&C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와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이미 처분한 927억원은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앞서 항소심은 두 사람의 순자산 합계를 약 4조원으로 산정하고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노 관장 35%로 정했다.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재산을 처분했다면 판결 당시 해당 재산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를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재산 처분은 최 회장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4일 이전에 이뤄진 만큼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최초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고(최 회장)가 친인척이나 사회적 기업들에 주식을 증여하거나 동생에게 돈을 증여하거나 SK그룹에 본인의 급여를 반납한 것은 그 경위나 목적에 비춰 SK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확보하고 SK그룹 경영자로서 원활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와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어 원고가 이미 증여 등으로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돈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재산분할액 대폭 감소 전망…위자료 20 역대 최대”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규모가 파기환송심에서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1심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함께 위자료 명목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논의된 여러 쟁점 중 4명의 대법관이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는 2가지 이슈에 관해 대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증여 주식 부분도 가액 기준으로 1조원가까이 되는 만큼 최종 재산 분할 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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