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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조 경감했다는 문케어 4년, 과제는?

박철근 기자I 2021.08.12 16:43:21

복지부, 3700만명·9.2조 의료비 경감
급여 적용 우선순위 재점검해야…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반드시 필요
재정건전성 우려 여전…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려해야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3700만명의 국민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한 말이다. 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소위 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성과라고 정부는 자화자찬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방향은 맞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문제뿐 아니라 건보료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 보험수가, 상급병원 쏠림현상 해소 등 의료현장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70%보장률 가능할까

문케어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문 대통령 임기말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급병원과 의원 등 병원 규모별로 보장률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는 현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성창현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70%라는 수치가 도전적이고 쉽지 않은 목표”라고 토로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보장률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게 정부와 공단측의 자체 평가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난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종합병원 보장률도 같은 기간 63.8%에서 66.7%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의원급의 보장률은 57.2%로 상급종합병원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의학적 필요성이 큰 중증 질환을 우선 순위에 두다보니 의원급을 찾는 경증환자에 보장제도가 미진했다”며 “다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보장률은 의원급 보장률보다 높은 6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의원급의 보장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상급병원으로의 쏠림현상 심화

문제는 상급병원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의원이나 전문진료병원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과거에도 상급종합병원만 찾는 사례가 많았는데 건보재정을 통한 보장성이 강화되다보니 오히려 더욱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추세”라며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과거보다 더욱 심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건보급여를 적용하는 항목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지적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상급병원의 병실요금을 급여화하는 것이 당장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저출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난임, 임신과정, 출산 등의 분야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건보재정을 더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건보재정 안정적”…코로나 이후에는?

건보재정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일단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준비금(2020년말 기준)은 약 17조4000억원으로 2019년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당시 예상했던 약 14조7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이 개선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강보험료율 역시 문케어 대책 시행 전인 10년간 평균인상비율(3.2%)보다 낮은 2.91%로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점에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작년에는 동네 의원을 찾게 되는 소아·청소년과·호흡기 환자가 많이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많이 줄어드는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호흡기 전파 감염병 환자 수는 2019년 13만1442명에서 6만4062명으로 51.3%나 줄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올바른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개선뿐만 아니라 온라인 수업,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사람 간 접촉 빈도 감소, 해외여행 감소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난 후 건보재정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의료현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지난달 ‘건강보험 재정 중장기 운영방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령화율(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비율)을 고려해 앞으로 8년간은 의료비 지출 효율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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