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엄지발가락이 퉁퉁 붓고 열과 함께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통풍’이라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증상이 비슷해 자칫 통풍으로 오인하기 쉬운 ‘화농성 관절염’일 수도 있다. 증상이 매우 비슷한 두 질환의 차이를 명확히 알아두면 급성 통증으로 당혹스러운 순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화농성 관절염은 통풍에 비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화농성 관절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6년 기준 2만1,298명으로, 2012년 1만9,320명이었던 것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다.
◇ 술, 육류 등 과다 섭취로 발병하는 ‘통풍’ vs 관절 부위 세균 감염이 원인인 ‘화농성 관절염’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이 따르는 질환이다. ‘요산’이라는 결정체가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내 요산이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음주 및 육류 섭취를 즐기는 40~50대 남성에서 통풍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육류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는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30대 통풍 환자도 늘었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원장은 “통풍관절염의 급성 발작은 대부분 평소에 안하던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경우 과음이나 과식한 후에 잘 생긴다”며 “급성 통풍관절염은 약 5일에서 10일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고,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다가 다시 급성 발작이 반복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화농성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고 그 고름이 주위 연골로 퍼져 관절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피부의 상처를 통해 포도상 구균, 연쇄상 구균 등 세균이 침입하는 감염이 가장 흔하며, 신체의 다른 부위의 염증이 혈액을 통해 관절 속으로 침입해 관절 조직을 파괴시켜 발병하기도 한다.
화농성 관절염은 관절이 붓고 아프며 열이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지는데 류마티스나 통풍성 관절염과 비교될 수 있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특히 초기에는 X-ray 상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일찍 발견해 치료를 하면 후유증 없이 치료가 되나 발병 후 수일이 지나면 관절 연골이 파괴되어 관절염이 쉽게 오고 더 지나면 관절 주위에 균이 퍼져 관절 움직임이 제한 될 수 있다.
◇ 부종, 발열, 동통 등 비슷한 증상으로 ‘통풍’과 ‘화농성 관절염’ 혼동
통풍과 화농성 관절염을 혼동하기 쉬운 요인은 바로 증상이다. 두 질환 모두 전형적인 급성 관절염으로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 부위에 외상을 입지 않았는데도 열이 나면서 해당 부위가 붓는다.
최근 화농성 관절염이 중장년층에게도 자주 나타나며 통풍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화농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 중 40대 이상 환자가 88.5% (36,787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관절 부종, 발열, 동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통풍인지 화농성 관절염인지 더욱 구별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통풍과 화농성 관절염은 예방법도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 예방의 첫 번째 과제는 금주와 기름진 고단백질 음식 섭취 감소다. 대신 채소나 과일, 그리고 저(低)퓨린 음식인 달걀, 치즈, 우유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요산 등의 노폐물을 소변으로 잘 배출하는 것도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면, 화농성 관절염은 외부 세균 등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만큼 외출 및 운동 후 청결하게 씻는 습관을 들여 세균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