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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서울 성동구 성수에서 인쇄공장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계엄 직후 주문이 폭증했다고 했다. 지난 보름 새 A3 사이즈의 손팻말만 10만여 장 인쇄했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체감 상 탄핵 정국에서 주문량이 1000%나 오른 것 같다”며 “단체 7~8군데에서 ‘윤석열 탄핵’ ‘구속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라는 문구로 주문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필동의 또 다른 인쇄업체 직원 A씨도 “집회에 쓰일 만한 손팻말 주문이 늘어 다른 인쇄 업무를 못 할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 집회 참석자 20만여명(경찰 신고 인원)은 하나같이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손팻말의 디자인과 문구는 각양각색이었다. 빨간색 배경에 흰 글씨로 적힌 ‘윤석열 퇴진! 체포·구속하라’ 부터 검은색 배경에 노란색 글씨로 쓰인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손팻말도 있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트리 장식 배경 위 ‘탄핵이 답이다’고 적힌 팻말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팻말뿐 아니라 깃발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보통 정치색이 짙은 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는데 정치 구호 대신 자신의 관심사를 담은 이색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이 때문에 현수막 제작 업체도 주문량이 늘었다고 한다.
충청도의 한 현수막 업체는 비상계엄 이후 깃발 제작만 300건 이상 받았다. 업체 직원 40대 김모씨는 “주말 집회는 끝났지만 주문이 밀려 오늘도 배송 중”이라며 “단체가 아닌 모두 개인 주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업체에는 ‘안산폭주감자사랑단’ ‘다이어트는내일부터’ ‘위기가닥치면일어나는민중모임’ 등과 같은 재치있는 깃발 제작 요청이 들어왔다. 김씨는 “원래 주문이 많을 시기가 아닌데 평소보다 20배는 늘었다”며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과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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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특수가 씁쓸한 호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38년 째 인쇄업에 종사하는 60대 이모씨는 “한강 작가 때처럼 좋은 일도 아니고 시국이 이런데 주문이 많다고 마냥 좋아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에 이은 일시적 호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쇄 기계는 한정돼 있는데 손팻말 주문이 밀려 다른 제작을 못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 필동의 한 인쇄 업체 관계자는 “원래 연말은 다이어리 제작이 많은데 집회 관련 주문을 먼저 처리하느라 다른 걸 할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