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는 아동 성폭력, 이민자의 애환 등 사회적 이슈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로 아동·청소년 문학을 쓰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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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엔 국내 창작뮤지컬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떠오르고 있다.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유진과 유진’은 2021년 뮤지컬로 초연해 올해 재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서울시뮤지컬단 제작 뮤지컬로 지난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작가는 “내 작품이 2차 콘텐츠로 제작될 때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생각했다”며 “다행히 ‘유진과 유진’과 ‘알로하, 나의 엄마들’ 모두 뮤지컬과 다른 재해석이 있었고, 작가 입장에선 내가 만든 인물이 무대에서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선물 같다”고 말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900년대 초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떠난 조선인 남성들의 사진을 보고 중매결혼을 한 ‘사진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작품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집필하던 중 보게 된 사진신부 이야기에 매료돼 작품을 썼다.
“아동·청소년 문학을 계속 쓰다 보니 작품의 무대가 계속 ‘집·학교·학원’이어서 갑갑했어요. 청소년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험가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작품은 가난한 의병의 딸 버들, 결혼 두 달 만에 과부가 된 홍주, 천한 무당의 손녀 송화 등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부푼 기대를 안고 하와이에 도착한 이들은 기대와 달리 고난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다. 타국에서의 핍박과 착취라는 고통에도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세 여성을 통해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각색을 맡은 오미영 작가는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아동·청소년 문학이라 뮤지컬 시장의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은 물론 40~50대도 폭넓게 즐길 수 있다”며 “국내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넓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00년 전 해외로 이민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지만, 많은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과 함께 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사회 모습도 비추고 있다”며 “좌절을 겪고 슬픔에 빠지는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큰 생명력을 갖고 삶의 파도를 넘어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다음달 11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