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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한 수도권 사업장에서 김기남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DS부문 경영진과 만나 파운드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의 글로벌 시황과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선단공정 개발 로드맵(5나노·GAA 등) 등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파운드리 회의에 나선 것은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TSMC가 화웨이 등 중국 물량 수주가 어려워진 가운데, 5나노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용 파운드리 분야는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인 전장(전자 장비) 사업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10조원을 들여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평택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는 배경엔 TSMC에 앞선 5나노 자동차용 파운드리 시장 선점도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공급할 2021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도 향후 파운드리 물량에 포함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사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인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물량을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주·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TSMC보다 물량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장 부문 계열사인 하만과 연계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하만은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의 8세대 신형 골프(Golf)에 ‘하만 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첫 공급,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이어 폭스바겐을 반도체 고객사로 유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로 1위를 지켰고 삼성전자 18.8%, 글로벌파운드리 7.4%, UMC 7.3%, SMIC 4.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TSMC는 전분기 대비 점유율이 2.6%포인트나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는 2.9%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전 세계 파운드리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물량 수주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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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 생산만을 전담하는 순수 파운드리 업체란 점에서 NXP 등 시스템반도체 업체와의 협력이 자동차용 파운드리 시장 확대에 필수적이다. 이들 두 회사는 NXP의 차세대 고성능 자동차 플랫폼에 TSMC의 5나노 기술을 내년부터 도입하고 첫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NXP는 TSMC의 5나노 공정 도입을 통해 △커넥티드 콕핏(온라인으로 연결된 운전석) △고성능 도메인 컨트롤러 △자율 주행 △첨단 네트워킹 △하이브리드 추진 제어 △통합 섀시(차대·車臺) 관리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TSMC는 NXP를 통해 완성차 업체와의 간접적 협력도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NXP는 지난해 8세대 신형 골프에 고도의 주행 안정성을 제공할 ‘로드링크(RoadLINK®)’ V2X(차량·사물 간 연결) 통신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다. V2X 통신 솔루션을 차량에 적용하면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와 상호 소통을 지원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 ADAS 등 자율주행차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선 이번 TSMC와의 5나노 협력이 향후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V2X 통신 솔루션 추가 공급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평택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못 박은 것은 삼성전자가 이미 자체적으로 5나노 제품 생산 물량과 고객사 등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전장 사업 전반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TSMC는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처럼 순수 파운드리 강점으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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