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보·수사 당국의 보안조사 관련 질문에 “보도되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당국의 언론 대응 부서들은 취재기자들의 전화 조차 꺼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기자와 전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조사도 요구했다고 한다. 정보 유출자 색출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언론 입장에선 기자를 취재원으로부터 고립시켜 사실상 취재를 가로막는 간접적 언론 통제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軍 전력증강 사업, 언론 감시·견제 당연한데…
물론 적(敵)을 이롭게 하는 언론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에 대해선 방첩이나 대테러 관련 기관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도 본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보도는 존재 자체가 드러나면 안되는 비닉(秘匿·비밀스럽게 감추다) 사업도 아니다.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는 일반 사업들이다. 이를 담당자들이 조사관들에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군 통신위성 관련 보도는 군이 7조4000억원을 투입해 F-35A 스텔스전투기 40대를 사오면서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군 통신위성을 반대 급부(절충교역)로 받기로 했던 건이다. 록히드마틴이 이를 못주겠다고 버텨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방위사업청 등 군 당국이 설득과 회유를 통해 올해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낸 사업이다. 잘한 일이라고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기밀 누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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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을 도는 정찰위성을 감시하기 위한 공군의 우주감시망원경 운용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국정감사와 국방중기계획 등을 통해 공개된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 개발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명분없는 조사, 정치적 배경 의심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시에 “그많은 국방비를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남한과 북한의 GDP를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한다. 절대 총액상 우리의 국방력은 북한을 압도해야 하는데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고 군 수뇌부에 되물었다. 그러면서 “압도적인 국방력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북한과의 국방력을 비교할 때면 군은 늘 우리 전력이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식 아래 현 정부는 역대 최대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혈세로 이뤄지고 있는 이같은 방위력 개선 사업을 언론이 들여다 보고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취재해 보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이 우리 국방력을 정확히 인식하고 불안해 하지 않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는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또 이같은 무기체계 전력화를 통해 북한 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협들에 대한 억지력을 제공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군의 전력 증강 문제에 대해 북한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우려해서 이번 조사를 지시한 것 아닐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유야 어쨌든 ‘북한 눈치보기’라는 오해를 사기 딱 알맞은 모양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조사 시점이 21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풍’(北風)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우리 군의 전력 증강 얘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 이에 대해 북한이 위협적 언사를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해 보수층 결집을 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군 관계자들도 왜 조사를 받는지 어리둥절이다. 이래저래 합당한 이유도, 명분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정보·수사 당국이 기자들과 소통 창구인 공보 조직까지 뒤져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또 이 보도가 나간 이후 관련자들이 문초를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