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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면 트럼프 찾는 아베…또 워싱턴行(종합)

방성훈 기자I 2018.05.29 17:53:41

''재팬 패싱'' 우려에 북미정상회담 전에 미일회담 갖기로
북미정상회담서 ''北 일본인 납치'' 의제화 의지 반영
美·싱가포르 등서 외교·안보라인 총동원
日방위상=美국방과 하와이 회동…내달 한미일 국방장관회의도 추진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다시 한 번 미일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비핵화 등에 대한 논의하던 중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까지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해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달 중순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럼에도 한달여 만에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은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이른바 ‘재팬패싱’ 우려에 다급해진 아베 총리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뒷배’라는 얘기를 듣는 중국과는 달리 일본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단에서도 배제됐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한 뒤 “러시아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모든 당사국은 새로운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상황이 정치·외교의 장에 머무르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우선 사항의 초점을 흐려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초조해진 아베 총리는 결국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핵·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에도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다음 달 8~9일 캐나다 퀘백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G7 정상회의 참석하는 길에 워싱턴DC에 잠시 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일본의 안보이익 관련 현안이 해결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에 어떤 형식으로든 발을 담그기 위해 외교·안보라인도 총동원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싱가포르에 고노 다로 외무상과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파견, 현지에서 정보를 수집·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이르면 29일 밤 하와이를 방문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만날 계획이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진전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또 또 다음달 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사흘간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에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간 (사전) 협의 등 최근 상황을 볼 때 가능한 빨리 매티스 장관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이를 위해 필요한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북한이 아무 것도 약속한 것이 없어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핵·미사일 및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책을 변경시키기 위해 미일 방위당국 간 확실한 연대를 과시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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